지난 7월중순에 한.중 세관 협력회의 참석차 중국에 갔을때의 일이다.

북경에서 회의를 마치고 귀로에 상해세관을 들렀다.

그곳에는 대규모 보세구역을 개발하여 보세공장 보세창고 보세전시장을
모두 함께 집단화시켜 관리하고 있었다.

한국업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나의 희망에 따라 세관장이 소개한
곳은 에스겔이라는 현지법인이었다.

이회사는 1백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조그마한 세공품 가공공장으로
제춤을 전량 미국에 수출한단다.

공자에 들어섰을때 처음 안내된 곳은 공장 한 모퉁이에 4~5명이 근무하는
초라한 사무실이었고 이날따라 날씨는 섭씨 39도의 높은 기온으로 선풍기가
돌아가고는 있었지만 더운 바람만 낼 뿐이었다.

30대로 보이는 사장은 계속 땀을 닦으면서 회사 소개를 해 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뒤이어 공장 안쪽 작업장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그곳
은 대형 에어콘이 설치되어 쾌적한 환경속에서 종업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
사자잉 근무하는 무더운 사무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그순간 하나의 느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젊은사장이 자신보다 생산직 종업원이 근무하는 작업장을 쾌적하게 배려
하고 자기 가족처럼 알뜰하게 정성을 쏟는 이런 회사에 노사분규가 어찌
있을수 있겠는가.

국내에 있는 많은 우리 기업들에게 진정한 노사화합을 위한 귀감이 바로
이것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파불이"라는 말이 있다.

물과 파도는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외부에 나타난 형상만을 보면 물과 파도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파도는 바닷물에 불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파도 역시 본질은 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물과 파도는 본질에 있어 서로 다른 남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노와 사도 나타난 현상 측면에서만 보면 분명히 근로자와 고용주라는 측면
이 있으므로 서로 다르다.

그러나 노와 사가 힘을 합쳐 하나의 기업이 운영되는 것이고 또 앙측이
진정한 인간관계의 바탕위에서 한직장에서 더불어 사는 한 가족이라는
점에서 볼때 노와 사는 본질적으로 남이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는 일심동체인
하나라는 것이다.

"노사불이"야 말로 노사화합을 위해 우리 기업과 종업원이 지향해야 할
기본이 아닐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