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각으로 유럽문화의 맥을 짚어본 문화비망록 "세계문화산책-
Culture vs. Culture "(인시간)가 김준길 공보처정부간행물제작소장(55)에
의해 출간돼 화제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세계의 다른 국가,또는 문화와 만나는데 피동적
이었습니다. 19세기말 우리의사와 무관하게 선교사를 통해 서양문물을
알게됐고 해방뒤엔 한국전쟁에 참여한 미군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지 않았습니까.

이는 문화에 대한 민족주의 혹은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때문인
듯합니다. 능동적이고 성숙한 국가간 문화교류가 절실한 만큼 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서둘러야합니다"

80~83년 프랑스및 스웨덴대사관 공보관으로 근무했던 김소장은 당시
체험한 유럽문화를 담은 이책이 우리나라 문화인프라 구축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문화를 스포츠경기와 같은 맥락으로 바라봅니다. 누가 이렇다할
국제콩쿠르에 입상했다 하면 온나라가 들끓는 게 대표적인 예죠. 물론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문화적인 열등감이 표출되는 것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 없습니다"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문화쇼비니슴으로 표출된다는 그는 현대
유럽문화의 중심도시 파리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50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문화변방이었던 프랑스가 어떻게 문화국가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돌아보고 있다.

"파리의 미술관 체계는 서양문화의 원류인 이집트및 그리스.로마문화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18세기에 이르는 고전작품을 전시한 루브르박물관,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까지의 프랑스인상파 작품을 모은 오르새박물관,
그리고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퐁피두미술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세계미술사를 한도시에 시대별로 보관한 발상의 놀라움과 함께 문화에
관한한 민족을 앞세우지 않는 개방성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김소장은 또 그들에게 있어 문화적 전통이란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누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인다.

"먹는 문화 마시는 문화""엘리뜨 엘리뜨""화상들의 눈""노벨문학상"
"영화이야기"등의 소제목은 저자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잘전해준다.

포도주를 비롯한 유럽의 음식문화,프랑스의 엘리트교육,파리에서
만난 지식인들과 화상및 화가,노벨문학상을 둘러싼 얘기와 잉그마르
베리만으로 대표되는 스웨덴영화,프리섹스에 대한 오해등 갖가지
문화현상을 뛰어난 식견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사회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시작된 문화에 대한 관심과 신문사 문화부기자시절의 경험이
책을 엮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90~93년 미뉴욕문화원장을 지낸 그는 앞으로 유럽문화와 확연히 구분되는
미국문화에 대한 얘기를 담은 "세계문화산책2"를 출간할 계획이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