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사들의 선박발주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초까지만 해도 한진 현대등 대형선사는
물론 한일및 동남아항로를 운항하는 중견.중소업체에 이르기까지
너도나도 "선박발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32개 외항선사들이 조선소에 신규선박을 발주했거나
연내 또는 내년초 발주 계획중인 물량은 약1백여척에 이르고 있다.

이는 선사들이 현재 중인 선복량(작년기준 3백69척)의 30%를 넘는
물량이다.

또 선박시설투자비로 4조원이상이 소요될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로는 국내2대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오는97년까지 각
각 1조5천여억원을선박발주를 위한 시설투자비로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내년하반기에 인도될 예정인 5천5백51TEU급 초대형 컨
테이너선 7척을 포함,자동차선 6척 벌크선 11척등 28척을 발주해 97
년까지 보유선박을 현재72척에서 1백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진해운은 5천TEU급 6척과 취약부문인 벌크선대 강화를위해 20여척
의 벌크선을 발주해 97년까지 27척을 기존및 신규항로에 투입할 예정
이다.

작년과 올사이 각각 4-5척의 선박을 건조의뢰해 놓고있는 범양상선
대한해운도 연내 2-3척의 추가물량을 발주할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일및 동남아운항선사인 고려해운 동남아해운 흥아해운등도
올해나 늦어도 내년상반기중에 2-5척의 컨테이너선및 벌크선을 발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국내선사들이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선복량증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과 중국 일본 호주등지에서의 건화물 물동량이 급
증하면서 선박부족현상이 발생하는등 해운업계의 대호황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벌크선의 운임을 나타내는 MRI지수는 지난93년초까지 2백30선
(86년 1백기준)이던것이 작년말에는 3백4.6,올들어서는 지난5월에 3백
25.4포인트까지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운산업연구원의 양창호연구위원은 그러나 "컨테이너와 벌크선부문
등에서 현재 해운업체들이 누리고 있는 호황은 내년쯤에 조정국면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선복과잉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
려했다.

업계일각에서도 최근의 선박발주러시는 84년 해운합리화조치를 몰고온
80년대초 국내선사들의 "선박발주경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