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탐색단계. 그러나 기관을 중심으로 단기 고수익상품으로 서서히
자금이동중"

제3단계 금리자유화 10일동안에 대한 은행들의 평가는 이렇다.

이번 자유화조치로 새로 생긴 60일미만의 양도성예금증서(CD)나 표지어음
거액환매채(RP)와 금리가 최고5%포인트나 오른 6개월이상 1년미만 정기예금
1년이상 2년미만 정기적금등의 수신실적은 아직까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연.기금 정부기관 대기업등 기관들에게선 한두달짜리 단기
여유자금을 고수익신상품에 맡겨놓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당초 우려했던 급격한 자금이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9월께부터는 자금이동현상이 심화되리라는게 은행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현재 5대시중은행의 60일미만 CD와 표지어음의 매출실적은
3백77억원어치에 그치고 있다.

가장 많다는 제일은행이 1백22억원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각각 47억원과 49억원으로 별볼일 없는 수준이다.

하나 보람은행등 단기자금운용에 일가견이 있는 후발은행들도 불과
20여억원안팎의 수신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정기예금과 정기적금등 저축성예금도 증가하기는 커녕 금리자유화가
실시된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8백49억원이 감소했다.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것으로 예상됐던 요구불예금의 경우 전년동기
(9백71억원감소)보다 약간 많은 1천7백10억원만 감소,급격한 자금이탈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단기신상품이 별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객들이
아직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은행들도 판매에 열을
올리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한 지점장은 "여유자금이 있는 고객들로부터 60일미만의
CD등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가입하고 있는 예금이 만기가 되지 않은 탓인지 돈을
이들 상품에 맡기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입질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조달비용이 높아지는 단기고수익상품판매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한 자금관계자는 "작년 이맘때는 사상최악의 "자금대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시중유동성도 풍부하고 시장금리도 안정돼 있다.

자금이 모자라지 않은데 굳이 고금리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금부족이 심각하지 않은 은행들이 연10%이상의 단기자금조달을 일부러
피하고 있는 것도 자금이동이 급격히 일어나지 않는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금융소득종합과세도 뭉칫돈이
움직이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거액예금자의 경우 금리보다는 종합과세회피에 관심이 많다보니 선뜻
단기상품에 돈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는게 영업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기관들은 단기상품에 자금을 운용하려는 경향을 갈수록 뚜렷이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31일 정보통신부는 30일만기로 1천억여원을 예치하기
위해 은행들을 대상으로 금리입찰을 실시했다.

은행들은 실세금리수준인 연13%안팎의 금리를 보장하고 이 자금을
단기CD로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이들 자금을 유치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기관자금을 끌어들이기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비단 정부기관만이 아니다.

각급 학교들도 교원봉급등을 한두달짜리 CD등에 예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연.기금등은 신상품에 예치하는 조건으로 고금리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제3단계금리자유화로 인한 자금이동은 아직까지는 미미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민감도가 높은 기관과 거액예금자를 중심으로한 자금이동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9월부터는 은행들이 자금운용전략을 어떤식으로든 수정할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