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 서남부지역의 바리토강유역.

뱀처럼 휘어감겨 흐르는 이 강일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다르마신주
정부조차 거들떠 보지 않던 땅이었다.

늪지대가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는 쓸모없는 땅이어서다.

요즘 이 곳에선 황무지를 야자농장으로 개간하기 위한 대역사가 한창 진행
되고 있다.

개발주체는 우리나라의 KODECO(한국남방개발)사.이 회사는 지난89년
주정부로부터 서울시의 2배에 해당하는 10만6천ha를 불하받아 지난해부터
황무지 개간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수로를 뚫어 물을 공급해주는 기초작업을 끝내고 현재 야자묘목을 이식해
심은 채종장을 군데군데 조성했다.

이 회사는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불과 20여명의 선발대원만을 투입해
그것도 트랙터 몇대로 일궈냈다.

그야말로 현장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얻은 결실인 셈이다.

물론 채종장이 가꿔진 곳은 야자농장으로 탈바꿈될 늪지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늪지대를 개간하려면 앞으로도 족히 3년은 걸린다.

게다가 야자나무를 수확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코데코측이 이처럼 힘든 농장사업에 손을 댄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네시아정부가 자원보호를 목적으로 원목생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현지에서의 사업다각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회사는 목재사업을 그동안 원목벌채위주에서 나아가 합판생산까지
다양화하는등 정부의 규제강화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목재사업에 기업의 미래를 걸기에는 한계가 너무 명확했다.

그래서 신규사업에 나선 게 "자원개발의 사업다각화"였다.

91년 고무및 야자농장 개발에 나선데 이어 지난해에는 시멘트사업에 진출
했다.

농장사업은 투자회수 기간이 길다는 단점으로 인해 현지기업들도 개발을
꺼리는 업종의 하나이다.

그러나 투자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한번 투자만 하면 30년동안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이달부터 착수될 시멘트개발사업은 시멘트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지시장을 감안할때 장사는 "누워서 떡먹기"인 셈이다.

"지금은 목재사업이 우리그룹의 돈줄이지만 3년후에는 농장과 시멘트사업이
돈을 벌어오는 "효자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데코측이 신규자원개발에 어렵지않게 착수할수 있었던 것은 30여년이상
인도네시아에서 닦아온 "성실"과 "현지화"라는 두가지 신조 덕택도 있지만
이보다는 외국기업으로서 이곳 시장의 미래를 내다볼줄 아는 안목에 기인한
요인이 더 크다.

이 곳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원개발에 적극 나선다는게 그것
이다.

코데코 칼리만탄지역본부의 하정수이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원개발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지만 땅이 넓고 보유자원도 많아 현지
기업들의 관심이 덜하고 꺼리는 사업을 중심으로 진출이 유망한 자원개발
분야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주)쌍용의 이석재이사는 "인도네시아는 잠재력이 큰 시장규모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해 성공할만한 분야가 극히 제한돼 있다"며 "앞으로
는 전자 자동차등 첨단산업분야와 중소기업도 투자가 가능한 자원개발이
유망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은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제조업에 치중해
왔던게 사실이다.

3백9개(지난해말 기준)의 현지진출 국내기업들가운데 자원개발에 눈을
돌려 투자한 업체는 코데코, 삼탄,KORINDO등 고작 6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반해 일본은 6백80여개의 진출업체중 자원개발 참여업체는 석유등
천연자원과 광산 농림수산분야등에 무려 1백개가 넘는다.

우리기업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코데코는 자원개발을 위해 일찍부터 이곳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 한국
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68년부터 칼리만탄 산림지역에서 원목을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는 원목
제재목 합판에 이르기까지 연간 40만세제곱m에 달하는 목재제품을 생산해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목생산량만도 7백만세제곱m로 이중 2백30만세제곱m를 한국에
수출했다.

지난해부터는 오지로 통하는 "이리안 자야"지역에 32억평의 산림을 확보,
임지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코테코의 성공사례로 꼽히는게 시멘트사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93년에 칼리만탄 남부의 바툴리신주변에서 5억t규모의
석회석이 매장된 광산을 발견, 인도네시아 최대의 기업인 "인도시멘트"사및
일본의 마루베니상사와 공동으로 이달부터 시멘트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 광산은 석회석의 질이 우수한데다 1백50년동안 캘수있어 각국의 시멘트
업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코데코측은 5억달러의 사업비를 투자해 오는97년까지 생산공장을 지어 연간
2백50만t의 시멘트를 생산, 전량 현지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코데코의 김세영전무는 "t당 30만달러 미만으로도 공급이 가능해 현재
정부고시가격(92달러)과 비교할때 제품판매시 우위를 점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탄은 이곳에서 유연탄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82년 인도네시아 석탄공사와 합작으로 1억5천만달러를 투자, 지난
82년에 "KIDECO"란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파시르광산의 조광개발사업에는 당초 한일시멘트 범양상선 태웅 용산화물등
5개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으나 삼탄이 지난해말 현지법인을 흡수합병한
상태다.

이 회사는 1억5천만평에 달하는 광산에서 연간2백40만t의 유연탄을 생산,
이중 80%를 한국에 수출하고 있으나 유연탄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차원에서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우리정부의 요청에 따라 2000년까지 생산량을 6백만t
으로 늘리기로 했다.

증설에 따른 투자비만도 1억2천만달러가 소요되나 매출이 2억8천만달러에
달하는만큼 사업비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키데코의 하명식상무는 "파시르광산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현재
수익금 전액을 국내에 회수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제3의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공이 인도네시아에 진출, 서남부 방코광구 개발사업에 미국의
산타페사와 합작으로 진출키로 했다.

또 제일제당도 2천2백만달러를 투자, 자바섬에 2000년까지 연간 6천3백만
마리의 종계를 생산할수 있는 양계농장을 건설키로 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기업들이 자원개발에 눈을 떠 진출이 늘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다는게 현지 한국기업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