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파괴".

경남 울산의 LG화학 압사출공장이 내건 신생산혁명의 모토다.

유통업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격파괴를 생산현장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공정파괴의 핵심은 각 생산공정을 물 흐르듯이 연결하는 "수류생산시스템"
의 구축.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대기재고등을 없애 공정간 시간로스를
없애자는 것이다.

"가격파괴가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면 공정파괴는 기존의
공정을 대폭 줄여 생산비를 낮추자는 운동이다"(성문용공장장)

범퍼 실린더헤드커버등 7백여종의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압사출공장은 지난 몇년간 공정혁신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곧 한계에 부딪쳤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라인의 재배치였다.

라인자체를 합리적으로 뜯어고쳐 기존의 공정을 파괴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 셈이다.

공정파괴의 대표적인 사례는 자동차 핸들을 제작하는 림 성형라인.

LG화학은 지난해말 림성형프레스 옆에 있던 가공라인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애초에 핸들 가공라인은 프레스옆에 있어야 했다.

프레스에서 뽑아낸 핸들이 식어 굳어지기 전에 가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공이 끝날 때까지 프레스는 쉴 수밖에.

그러나 지금은 원료및 금형을 개선해 핸들이 식은 후에도 가공할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14대의 림성형프레스 옆에 각각 있던 가공라인은 하나로 통합됐다.

물론 모노레일을 통해 핸들은 자동적으로 가공라인으로 옮겨진다.

림 성형라인과 달리 에어클리너 조립라인은 사출기 옆으로 옮겨졌다.

사출기에서 뽑아낸 에어클리너 몸체와 뚜껑을 전과는 달리 바로 옆에서
완제품으로 조립토록 한 것.

"제품의 성형 가공 조립등의 공정 중간중간에 운반공정과 대기공정이
존재한다. 이들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아 비용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없애자는 것이 공정파괴의 핵심이다"(송성엽 SKILL개발팀차장)

이러한 공정파괴를 통해 LG화학은 핸들라인의 경우 공정불량률을 2.5%에서
1%로 낮출 수 있었다.

에어클리너 조립라인의 경우는 공정수를 38개에서 21개로 줄여 설비효율을
71%에서 90%로 높였다.

이러한 공정파괴에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걸맞는 통합 생산정보시스템인
TPIS(Total Production Information System)을 구축한게 주효한 덕분이었다.

지난해말 구축 완료된 TPIS는 본사와 협력업체, 제품납품업체인 완성차
업체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문 생산 출하의 전과정을 컴퓨터로 통제한다.

완성차업체의 주문변동사항이 즉시 생산현장에 전달되는 것은 물론 협력
업체의 실정까지 훤히 꿰뚫어 시간상의 로스를 없앴다.

단위공정별 "수류생산시스템" 구축작업도 활발했다.

5백여종의 제품을 54대의 사출기에서 생산하기 위해 금형을 모두 표준화
했다.

금형교체에 들어가는 준비시간도 20분에서 9분으로 단축됐다.

지난 93년부터 시작된 공정혁신활동으로 설비종합효율이 93년 72.2%에서
올해 상반기 81.5%로 높아졌다.

LG는 지금 모든 생산라인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공정파괴는 공장을 새로 짓는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성문용공장장).

LG화학 압사출공장은 공정 "파괴"를 통해 신생산혁명을 "창조"한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 울산=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