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사가 4일 임금및 단체협상을 타결함으로써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뻔했던 올해 지하철 노사협상은 분규없이 일단락됐다.

지난달 31일 한국통신사태가 노조의 파업포기로 종식된데 이어 계속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판에 지하철 운행마저 차질이
있을 경우 시민들이 겪게 될 짜증을 생각해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로써 올해 전국 단위사업장의 노사분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할수
있다.

물론 한국중공업 현대자동차등 일부 주요 사업장의 임금협상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들 사업장이 올들어 노동계 전반에 흐르고 있는
노사화합과 안정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지난 3일 현재 임금교섭을 마무리한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100명이상
5,574곳 중 8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의 경우 90% 이상의 높은
타결률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노사관계는 당초 상당히 불안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노총이 경총과의 "사회적 합의"를 거부함으로써 단위사업장의
임금협상준거가 없어진데다 제2노총의 설립움직임으로 노.노갈등이
표면화됐으며 6.27 지방선거에 따른 근로분위기 이완등 불안요인이
어느때보다 많았었다.

사실 지난 5월 법외 노동단체들이 집중쟁의를 통한 연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불안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나는듯 했었다.

그러나 노사현장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법외노동단체들의
핵심사업장에서까지 극한대립 없이 협상을 마무리지음으로써 안정분위기가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노사관계의 안정화는 무엇보다도 각계각층이 호응한 노사협력
캠페인의 영향과 노.경총간 산업평화 공동선언으로 전국 산업현장에
노사화합 분위기가 확산된데 힘입은 바 크다.

잇따른 무파업선언과 무협상임금타결 등은 바로 이같은 화합분위기의
결실이었다고 할수 있다.

또 사회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강경대응이 큰 효력을 발휘했음도
사실이다.

불법노동운동에 대한 신속한 공권력투입등 정부의 단호한 조치는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태도와 더불어 법과 질서 그리고 원칙을
준수하는 노동운동을 유도하는데 큰 몫을 했다.

그밖에 삼풍백화점붕괴등 대형 사건. 사고들이 잇따르면서 사회 각 부문이
집단이기주의를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도 특히 공공부문의 노사협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수 있다.

요컨대 올해 노사관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념보다 실리를 앞세운 건전한
노동운동이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이른바 경제조합주의( Business Unionism )가 우리의 노동현장에도
서서히 밀려들기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물결에 따라 노사관계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할 시점에서
생산적인 경제조합주의의 싹을 잘 키워 튼튼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일이
노.사.정 모두에게 맡겨진 책무라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