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의 업종별 대표기업이라고 할수 있는 협동조합이사장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이같은 이사장업체의 부도사태는 유례가 없는 일인데다 대부분의 업체가
해당업종의 선도기업이어서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비틀거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극명하게 반증하고 있다.

올들어 부도를 냈거나 경영난으로 타기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처지에
있는 이사장업체는 모두 5개사.지난달말 청량음료조합 이사장업체인
태생산업이 부도를 낸것을 비롯, 골판지포장조합의 이사장업체인 광신판지는
경영난으로 타기업으로 인수될 처지에 놓여있다.

또 6월엔 전지조합이사장업체인 유니온전지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문구조합이사장업체인 협우양행이 부도를 냈다.

지난 3월엔 금속가구업체 이사장업체인 삼신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임국진 기협조합지원부장은 "한해에 이사장업체 5개사가 부도나
법정관리신청을 한것은 33년동안의 중소기업협동조합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은 몇년만에 1개사가 쓰러지는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해당업종의 선두주자였다.

유니온전지(대표 노상국)는 지난해 매출이 1백20억원에 달했고 이중 85%를
40개국에 수출하는 산업용축전지업계의 대표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원주에 1백20억원을 투자, 첨단공장을 짓다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기업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최규순사장이 경영하는 협우양행도 문구업종의 선두기업이었다.

바인더를 주로 만드는 이회사는 30년의 역사를 지녔고 작년 매출이 80억원
에 달한 이분야의 중견기업이었다.

특히 최사장은 문구조합이사장뿐아니라 중소기업경영자협회회장을 10년이상
역임하면서 중소기업운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기업인이어서 동료기업인들
이 더욱 안타까와하고 있다.

이회사는 천안과 인천에 공장을 확장이전하면서 부담이 커진데다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어음이 부도가 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조합이사업체들이 중심이 돼서 기업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삼신은 국내최대 금속가구업체로 수출확대에 나서기 위해 평택에 로봇을
설치한 자동첨단공장건설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를 신청했다.

이회사의 변정구사장 역시 금속가구조합의 산파역을 맡았고 3대째 이사장
을 역임해오고 있는 중이었다.

골판지조합 유현기이사장이 경영하는 광신판지는 지난해외형이 3백억원에
달한 골판지분야의 선두기업이다.

이회사도 설비투자부담과 수취어음의 부도로 경영난에 봉착, 아세아제지등
동종업계에 의한 인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량음료조합 안경식이사장이 경영하는 태생산업은 음식료품제조업체로
지난달말 조흥은행 도곡동지점에서 3천만원의 부도를 냈다.

안사장은 기업을 살리기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들기업뿐 아니라 기협주변에선 협동조합 이사장업체중 10여개가 경영난
을 겪고 있으며 이들업체 사장은 본연의 기업및 조합활동보다는 돈을 꾸러
다니기 바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이대길지함조합이사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업체를
회원사로 거느린 조직이며 이사장업체는 대부분 그들업체중 건실한 업체에
속하는데도 상황이 이지경"이라고 업계의 실상을 소개한다.

자금난과 인력난 판매부진 외국기업과의 경쟁격화등으로 중소기업은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는 지적이다.

취임후 줄곧 홀로서기를 강조해온 박상희기협회장조차 "중소기업은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으며 업체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와
대기업이 혁신적인 조치를 마련해줄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