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경제이론은 노동 자본 토지를 생산의 3대요소로 꼽는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본이다.

밑천만 넉넉하면 사람과 땅은 얼마든지 구할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6.27선거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지방자치제를 가급적 빨리
뿌리내리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크게 3가지 요소가 꼽힌다.

사람과 돈,그리고 권한이다.

권한에는 지방행정사무의 범위와 내용,즉 기능과 역할이 포함된다.

그런데 지방자치의 경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이라고
해야 한다.

돈이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

할수가 없다.

4대 지방선거를 전후한 지자체의 당면과제와 장래에 관한 논의에서
취약한 지방재정의 확충문제가 가장 큰 쟁점으로 제기된 현실은
바로 그 때문이다.

서울시가 4일 발표한 "자주재원확충 중기계획"은 그러한 현실의
구체적 반영이자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계획이라고 할수 있다.

이 계획은 전화세의 지방세전환,상속 증여세에 주민세부과,지프형
승용차에 대한 자동차세 인상,각급 기관에 대한 지방세감면 축소와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밖에 주세와 토초세의 전액 지방세전환과 현행 13.27%의 교부세율인상등
다양한 요구들이 각급 지방자치단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학자 출신의 민선 시장이 내놓은 작품답게 서울시의 계획은
지방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의 행동계획으로서 비교적 온건한
접근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당장에,혹은 임기내에 뭘 어떻게 하겠다기보다 서기 2000년을 목표연도로
잡은 중기계획으로 내놓았고 다각적인 확충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금후의 지방재정문제 논의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첫째 서울시가 앞장서서 문제해결 노력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까지는
좋으나 이런 계획은 본래 지자체간 협의 결과를 토대로 지방정부의
단일안으로 제시돼야 마땅하다.

어느 한 지방만의 문제가 아닐 뿐아니라 서울시로 말하면 재정자립도가
제일 높다.

때문에 확충요구는 설득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중구난방식이 아닌 종합적 체계적 접근이어야 한다.

둘째는 중앙정부의 반응이다.

성의를 갖고 문제해결에 나설 의지가 있어야 한다.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관계 부처들은 한결같이 일언지하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래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중앙과 지방이 진지하게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는 재정확충에 앞서 지역주민을 위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결정하는게 중요하다.

낭비를 없애고 절감할 구석도 찾아야 한다.

또 재정수요의 일부는 어차피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경쟁적인 지방세수 확대노력은 자칫 지역주민의 조세저항만 결과할
위험이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지자제의 준비부족을 탓해 봤자 소용없고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이건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