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아름다운 상식 .. 박진숙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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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뒤숭숭하고 뭔가 하고자하는 일의 가닥이 잘 잡히지 않을때면
무얼 자꾸 버리려는 습성이 있다.
대개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쥐고 있다가 버리게 되는 꼴인데 아쉬움
이 있을리 없다.
오래되어 목덜미가 다 늘어진 티셔츠가 그렇고 몇년씩 지난 월간지며
인스턴트 식품이 담겼던 그릇들도 그렇다.
버리는 것에는 문제거 없지만 잃어버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나는 무얼 잘 잃어버린다.
우산이나 손수건따위를 잃어버리는 일은 하도 다반사라 또 하는 느낌일
뿐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하는 맹세 또한 다반사,
사람이 어째 이 모양인지 정말 한심하다.
며칠전엔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역시 도회에서 잡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지갑속에든 것도 잡다
하였다.
어쩌자고 한 지갑에다 돈은 물론이고 그 여러장의 증명서들을 넣어두고
있었던 건지(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분산 소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
그것들을 다시 만들생각을 하면 삼복중이 아니라도 더워진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 분실사건은 그 시점을 정확히 안다.
종근당 앞에서 서초동 싱동아아파트까지 택시를 탔었다.
오천삼백원의 요금이 나왔다.
처음엔 만원권을 꺼냈다가 잘 맞추면 오천삼백원이 될것같아 동전까지
털어내는 법썩을 떨며 그렇게 했다.
나를 내려놓은 택시는 직진해 가고 나는 집을 향해 몇발짝 걸었다.
그러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 맞추기에 급급해 그 돈을 꺼낸 지갑을 챙겨넣지 않았던 것이다.
핸드백을 뒤졌지만 역시 없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몇당 전에도 지갑을 잃어버려 여러장의 증명서
를 다시 만들어야 했었는데.
경비도 경비려니와 그 막대한 시간 손실엔 기가 막히지 않았던다.
잃어버린 책임이 내게 있다는건 물론 알지만 속이 상하고 안타까워졌다.
아닐 말로 현금이야 없어져도 좋으니 증명서들만이라도 돌아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지난 번엔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았었다.
우울한 일이었다.
기운이 빠진 체로 비씨카드 분실신고부터 했다.
교통방송에다도 전화를 걸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연락을 해주마고 했다.
그러면서 우정 기다림 하나를 만들어 가졌다.
누군가 상식을 가진 사람이 내 지갑을 발견하곤 이내 전화를 걸어올지도
모른다는.
지갑 속에는 내가 누구라는 증명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나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내 기다림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었다.
주위에서 본적이 있었다.
지방사람이 서울에다 빠뜨리고간 지갑을 장거리전화까지 해서 연락해 주는
것을.
찾은 사람과 돌려준 사람은 지갑에 있던 돈보다 더 많이 술을 마시며
즐거워했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 상식이 세상에 살고 있음을. 세상속에 있는
선행들에(악행들에 묻혀 잘 드러나보이지도 않는)생각이 마치자 마음이
밝아졌다.
돌아올 것이다.
그래, 돌아온다.
나는 일주일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연락이 없으면 다시 사진을 찍고 지문을 찍고 운전면허장에
가는 일들로 이 폭염속을 누벼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챙겨주지 않는 세태에 짜증을 내면서.
잃어버린것은 돌려받아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내게 식구중의 한사람은
반성하라고 충고한다.
누군가의 평화를 깬 죄가 내게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돌려줄 것이냐 말것이냐 시험에 빠지게한 죄.유혹에 빠지게한 죄.내 죄를
안다.
나는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앞론 주위에 주의를 할것이다.
그러니 제발 돌아와다오.
그리하여 세상엔 아직 아름다운 상식이 가득하단 것을 알게 되고 나 또한
시험에 빠졌을 땐 망설임없이 건전한 상식인이 되게 제발 돌아와다오.
기다림의 시간은 더 연장할 용의도 있는 것을.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
무얼 자꾸 버리려는 습성이 있다.
대개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쥐고 있다가 버리게 되는 꼴인데 아쉬움
이 있을리 없다.
오래되어 목덜미가 다 늘어진 티셔츠가 그렇고 몇년씩 지난 월간지며
인스턴트 식품이 담겼던 그릇들도 그렇다.
버리는 것에는 문제거 없지만 잃어버리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나는 무얼 잘 잃어버린다.
우산이나 손수건따위를 잃어버리는 일은 하도 다반사라 또 하는 느낌일
뿐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하는 맹세 또한 다반사,
사람이 어째 이 모양인지 정말 한심하다.
며칠전엔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역시 도회에서 잡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지갑속에든 것도 잡다
하였다.
어쩌자고 한 지갑에다 돈은 물론이고 그 여러장의 증명서들을 넣어두고
있었던 건지(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분산 소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
그것들을 다시 만들생각을 하면 삼복중이 아니라도 더워진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 분실사건은 그 시점을 정확히 안다.
종근당 앞에서 서초동 싱동아아파트까지 택시를 탔었다.
오천삼백원의 요금이 나왔다.
처음엔 만원권을 꺼냈다가 잘 맞추면 오천삼백원이 될것같아 동전까지
털어내는 법썩을 떨며 그렇게 했다.
나를 내려놓은 택시는 직진해 가고 나는 집을 향해 몇발짝 걸었다.
그러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돈 맞추기에 급급해 그 돈을 꺼낸 지갑을 챙겨넣지 않았던 것이다.
핸드백을 뒤졌지만 역시 없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몇당 전에도 지갑을 잃어버려 여러장의 증명서
를 다시 만들어야 했었는데.
경비도 경비려니와 그 막대한 시간 손실엔 기가 막히지 않았던다.
잃어버린 책임이 내게 있다는건 물론 알지만 속이 상하고 안타까워졌다.
아닐 말로 현금이야 없어져도 좋으니 증명서들만이라도 돌아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지난 번엔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았었다.
우울한 일이었다.
기운이 빠진 체로 비씨카드 분실신고부터 했다.
교통방송에다도 전화를 걸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연락을 해주마고 했다.
그러면서 우정 기다림 하나를 만들어 가졌다.
누군가 상식을 가진 사람이 내 지갑을 발견하곤 이내 전화를 걸어올지도
모른다는.
지갑 속에는 내가 누구라는 증명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나는 기다리기 시작했다.
내 기다림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었다.
주위에서 본적이 있었다.
지방사람이 서울에다 빠뜨리고간 지갑을 장거리전화까지 해서 연락해 주는
것을.
찾은 사람과 돌려준 사람은 지갑에 있던 돈보다 더 많이 술을 마시며
즐거워했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 상식이 세상에 살고 있음을. 세상속에 있는
선행들에(악행들에 묻혀 잘 드러나보이지도 않는)생각이 마치자 마음이
밝아졌다.
돌아올 것이다.
그래, 돌아온다.
나는 일주일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연락이 없으면 다시 사진을 찍고 지문을 찍고 운전면허장에
가는 일들로 이 폭염속을 누벼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챙겨주지 않는 세태에 짜증을 내면서.
잃어버린것은 돌려받아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내게 식구중의 한사람은
반성하라고 충고한다.
누군가의 평화를 깬 죄가 내게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돌려줄 것이냐 말것이냐 시험에 빠지게한 죄.유혹에 빠지게한 죄.내 죄를
안다.
나는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앞론 주위에 주의를 할것이다.
그러니 제발 돌아와다오.
그리하여 세상엔 아직 아름다운 상식이 가득하단 것을 알게 되고 나 또한
시험에 빠졌을 땐 망설임없이 건전한 상식인이 되게 제발 돌아와다오.
기다림의 시간은 더 연장할 용의도 있는 것을.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