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캐피털 시티즈/ABC를 190억달러에 인수키로 전격 계약을 체결
한 월트 디즈니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와 "미키마우스" "미녀와 야수"등
만화영화로 잘 알려진 미국 최대의 엔터테인먼트업체다.

지난 1923년 설립된이래 70여년의 역사속에서 매출액이 100억5,500만달러
(94년9월결산기준, 전년대비 17.8% 증가)에 달하는 거대한 흥행왕국으로
성장했다.

"이 세상에 상상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디즈니랜드의 완성이란 결코
없다"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말대로 처음엔 전세계 곳곳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테마파크사업이 주사업이었다.

그러다 최근 몇년간 영화 비디오부문이 급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어 지난
93년 처음으로 테마파크사업매출을 앞지른데 이어 "라이온 킹"등 히트작이
나온 지난해에는 전 매출액의 약 절반에 달하는 47억9,300만달러의 매출
실적을 이 부문에서 거뒀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월트 디즈니도 불과 10여년전인 84년 마이클
아이스너회장 취임전까지만 해도 테마파크에 의지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나가던 기업에 불과했다.

아이스너는 취임하자마자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의 사업구상에서 한발짝도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던 경영진을 교체했다.

디즈니는 당시 이익이 감소추세를 보이는데다 수익도 불규칙한 테마파크
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스너는 테마파크의 입장료를 올리는 한편 비디오와 영화 서적 잡지
레코드등을 제작하고 디즈니의 캐릭터를 사용할수 있는 허가도 받아내는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84년초만 해도 매출액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1%에 불과하던 영화 비디오
부문은 이렇게 해서 최근 48%로 급신장했다.

테마파크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된 여러가지중 또 다른
주요사업은 스포츠사업이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시를 근거지로 한 미 프로야구
아메리칸 리그소속 캘리포니아 엔젤스구단의 주식 25%를 매입한 것이 그
예이다.

지난 92년에는 같은 애너하임시를 연고로 한 프로 아이스하키팀 "마이티
덕스"도 인수했다.

야구경기가 없는 겨울에도 아이스하키 관람객들을 테마파크로 유도할수
있게 된 것이다.

디즈니는 현재 플로리다주에 약 40만평방km의 대규모 스포츠센터를 건설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디즈니가 40%를 출자해 유럽에 최초로 만든 유러 디즈니는 지난해 적자폭이
크게 줄면서 흑자기조로 돌아서고는 있으나 재무 리스트럭처링(기업구조
조정)과 감가상각등으로 모두 8억5,000만달러를 이미 날린 상태다.

최근에는 워싱턴근교에 지으려고 계획했던 7억달러규모의 거대한 테마파크
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디즈니는 현재 7억6,000만달러를 들여 98년 개장을 목표로 디즈니 월드내에
200만평방km 부지에 동물왕국 "디즈니 월드 애니멀 킹덤"을 착실히 건설중
이다.

최근에는 성인영화 섹스숍등에 밀려 장기간 퇴조기를 걷던 뉴욕 중심부에
있는 극장가 "타임스 스퀘어"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2개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뉴욕시로부터 따내기도 했다.

디즈니의 ABC인수는 이같은 사업다각화중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와 미디어의 결합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