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걷히고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기업 총수들도
"동중정"의 여름나기에 한창이다.

한여름에도 재계총수들은 역시 일과 씨름하며 "이열치열"로 더위를
물리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에만 매달리는 "일벌레"들이란 얘기는
물론 아니다.

회사 업무를 겸한 국내외 출장이나 임직원 수련대회에 참석해 공식 일과도
처리하고 짬짬이 피서도 즐기는 "일거양득파"가 많다.

그런 일정조차 없는 경우는 평상시보다 조금 시간을 더 내 아침 저녁으로
반신욕을 즐기며 쌓인 피로와 무더위를 씻어내거나 주말 등산으로 더위와
정면 대결을 벌인다.

"땜질파"라고나 할까.

좋아하는 연극이나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는 "알뜰형"도 있다.

"이 더위에 웬 나들이냐"며 퇴근 후나 주말에 서재에서 두문불출하며 독서
와 음악감상으로 더위를 식히는 "담담형"도 있다.

물론 개중에는 한 사나흘 가족들과 피서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중인
"가정파"도 없지는 않다.

이 파에 속한 사람들은 2,3세들에게 자리를 물려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원로 오너들이 대부분.

이들 중엔 강원도 등지의 고냉지에서 텃밭을 가꾸며 목가적 여름나기를
하고 있는 "신토불이파"도 눈에 띈다.

총수들의 피서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인 셈이다.

<>.정세영현대그룹 회장과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등은 대표적인 일거양득파
로 분류된다.

정회장은 지난 1일부터 나흘동안 설악산에서 개최된 현대자동차 수련대회에
참석했다.

예년에도 그랬다.

수련대회 참석기간동안 신입사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등 "공식 일정"을
보내는 한편으로 "설악산 정기를 흠뻑 들이마시는" 아침 조깅과 프로급
실력의 수상스키 등 개인 일정도 같이 즐겼다고.

또 수련대회 프로그램중 하나인 해변가요제에 참석해 가수 윤수일의
히트곡 "아파트"를 열창해 열띤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해외 협력선과의 사업협의 등을 위해 일본을 거쳐 현재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회장은 틈틈이 승마와 반신욕 등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번주초 귀국해 9일 열리는 청와대 모임에 참석하는 것으로 일상 업무를
재개할 예정.

김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수행하고 내처 미국에 머물던 정인영한라그룹회장은
5일 플로리다주로 내려가 한라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한 무궁화호 위성
발사광경을 참관하는 것으로 더위를 식혔다.

최원석동아그룹 회장은 열사의 사막 리비아에서 대수로공사 3차사업을
하고 있는 공사현장을 독려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과 휴식을 일치시켜 "포클레인 에어컨"을 쬐는 스타일.

<>.올해 "신예총수"가 된 구본무LG그룹 회장과 김석준쌍용그룹 회장 등은
따로 휴가를 가지 않고 피서를 즐기는 "땜질파"의 대표주자격이다.

구회장은 아침 저녁으로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20~30분간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하고는 차가운 맥주를 한잔 들이켜는 것으로 더위를 이겨낸다고.

아침 반신욕때는 신문을 훑어보고 퇴근직후의 저녁 반신욕때는 미국 일본
에서 갓나온 경제.경영관련 신간을 탐독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사 잭 웰치회장의 경영에 관한
"Built to Rest".

김석준회장은 주말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의 산을 혼자서나
친구들과 등산하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하고 있다.

비서실 관계자는 "주중에도 골치아픈 일이 생기면 슬그머니 사라져
3~4시간 뒤에 돌아온다. 알고보면 혼자서 산행을 다녀온 것이더라"고
귀띔한다.

<>.김우중대우그룹 회장과 김승연한화그룹 회장 박성용금호그룹 회장
박용곤두산그룹 회장 이준용대림그룹 회장 등은 특별한 휴가여행 일정을
잡지 않고 독서와 음악.비디오감상 등으로 피서를 갈음하는 "알뜰형"
"담담형"에 속한다.

김우중회장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인천 대우자동차 공장에서 저녁 늦게까지
업무와 씨름하고는 퇴근해 평소 좋아하는 홍콩 무술영화 등의 비디오를
감상하는 것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김승연회장은 요즘 대하역사소설을 읽는데 재미가 들어 더위를 잊는다.

지난 주말 나흘가량 아예 휴가를 내고는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책과 씨름
했다고.

박성용회장은 독서와 음악감상으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외국의 경제관련 잡지와 컴퓨터 첨단과학관련 서적이 독파대상.

박용곤회장은 서울 을지로입구 두산그룹사옥 21층 회장실에 일과후에도
늦게까지 남아 "독서여행길"에 오르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하고 있다.

이준용회장도 5일 미국에서 귀국해 이번주 4~5일간 곧바로 "독서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책 리스트"를 잡아 놓았다고.

<>.구자경LG그룹 명예회장과 최종현선경그룹회장 이동찬코오롱그룹 회장
장치혁고합그룹 회장 등 "재계 원로"들은 부부 또는 가족동반으로 피서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파"다.

구명예회장은 지난주 한주일동안 강원도 진부령 인근에 장만해 둔 단층
가옥에 딸려있는 텃밭에서 감자 옥수수 등 "강원도 특작물"을 일구는 것으로
땀을 식혔다.

올 가을 이 특작물이 수확되는대로 한 박스씩 포장해 회장실 임원들에게
나눠주기로 "입도선증"을 약속해 뒀다는 후문.

최종현회장은 이달 중순이후 2~3일간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하기로
했다.

요즘 "손주 재롱받아주기"에 부쩍 재미를 붙여 휴가기간중 외손주들까지
다 자택으로 불러모으기로 했다고.

이동찬회장은 내주말께 부인 신덕진여사(71)와 손주들과 함께 경주 코오롱
호텔을 찾아 피서를 즐길 예정인데 이곳에서 "중탄산수 온천"을 하기로
했다고.

이회장은 경주에 머물면 항상 9홀짜리 퍼블릭 코스를 돌며 "기량유지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치혁회장은 오는 11일께 설악산 입구 농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2~3일
쉬기로 일정을 잡아놓았다.

< 산업1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