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독특한 불교회화장르인 감로정을 한데모아 해설한 책
"감로정"(예경간)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있다.

불교미술사 연구의 권위자인 강우방씨(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와
김승희("학예연구사)씨가 공동 집필한 이책은 국내 각처에 산재한
감로탱은 물론 일본 프랑스등 세계각지에 흩어져있는 감로탱 50여점의
컬러도판을 수록했다.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활발하게 제작된 감로탱은 사자의
극락왕생을 빌기위해 수육재나 사십구재때 쓰이던 제사의식용 불화.선망
부모에대한 효도와 조상숭배사상등 민족정서가 응결돼있는 한국불교예술의
독특한 상징이기도하다.

그림은 크게 불보살의 해탈세계를 나타내는 상단부와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등 육도윤회의 질곡을 나타낸 현실세계및 지옥의 참혹상을
묘사한 중.하단부로 나뉘어진다.

특히 그림의 중앙부에는 수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막 벗어나 부처가
내린 구원의 성찬을 먹고있는 크고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아귀가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현실세계에서 수많은 죄업을 쌓아가고 있는 우리자신의
미래모습을 상징하고있다.

또 상단의경우 다른 불화와 마찬가지로 도상이 고정되어 거의 변화가
없지만 중단과 하단은 시대에따라 작가의 창작의지가 자유롭게 발휘돼
제작당시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따라 시대별로 복식의 변화모습이 그대로 나타나있어 16세기
중국복식에서부터 일제침략기의 일본복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시기적으로 조선후기에 감로탱이라는 한국특유의 불교회화가 형성된
배경은 유교의 효사상이 사회전반에걸쳐 확산되면서 불교가 이러한
효사상과 민간의 조상숭배사상을 수용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있다.

감로탱의 발생배경과 정신세계, 미술사적 의의등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는 이책은 3백17컷의 컬러도판과 4점의 참고도판, 초본 2점을 수록했고
총99점의 논문을 실었다.

또 논문및 작품사양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수록했다.

강우방씨는 "감로탱은 조선후기 사찰의 신앙적 핵을 이루었으며
우리민족 정서에 바탕을 둔 한국불교예술의 상징"이라고 말하고 "특히
감로탱의 현실반영적 성격을 감안할때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창조될수
있는 불화양식으로서 앞으로 집중적인 연구및 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