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재전총무처장관에게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실명화 문제를 타진한 인사는
중견그룹 기업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전장관이 검찰에 밝힐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추측
수준일수 밖에 없지만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전장관은 지난 1일 "두 전직대통령중 한쪽의 실력자가 대리인을 통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을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고 밝혔었다.

서전장관은 문제의 기업인에 대해 "잘아는 사이"라고만 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생각만큼 거물급인사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견실한 업체의 대표자일 것으로 추측했다.

정가와 검찰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기업인은 서전장관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중에 연희동측과 가까운 기업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관련 정가에서는 문민정부들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H그룹 모회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기업인은 지역적으로 문민정부와 맥을 같이하는 PK출신지역이면서 6공
인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특히 이 업체의 간부들중 일부가 현정권의 실세인 민주계와
가깝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함께 전직대통령과 인척관계를 맺고 있는 D그룹의 S회장을 비롯,
K그룹의 L회장, 또다른 D그룹의 핵심간부 C씨등도 평소 연희동측과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문제의 "대리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노태우전대통령과 가까운 S그룹의 C회장과 D그룹의 K회장
도 거명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현재 여권에서는 "이 대리인은 실명전환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거액의 은행예금자들을 대신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던 브로커중 한 사람일
것"이라며 "전직대통령과는 특별한 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편 서전장관의 한 측근은 이날 "서전장관은 일단 검찰에 직접 출두하지
않고 오늘중 경위서를 보내 자신의 발언을 해명할 것"이라며 "경위서에는
이 기업인의 이름과 발언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곧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 대리인이 민자당측의 주장처럼 연희동측과는 관계없는 단순 금융
브로커인지 아니면 두 전직 대통령중 한 사람을 대리하는 실력자인지는 이
사건의 향후 파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