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절차를 이용, 통상분쟁을 매듭지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올 1월 발족한 WTO에의 제소건수는 지난달말 현재 모두 12건.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체제하에 있었던 지난 한해동안의 제소건수를
웃돌았다.

이는 국가간 통상분쟁을 교통정리할 명확한 절차와 능력이 없었던 GATT
체제에서와는 달리 "분쟁해결규칙및 절차에 관한 양해"(DSU)를 채택하고
있는 WTO의 신속하고 확실한 분쟁해결능력에 대한 각국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WTO발족 후 첫 제소테이프를 끊은 나라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2년시한이기는 하지만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에 대한 관세및 비관세장벽을 쌓아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며 1월중
WTO에 해결을 요청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간 분쟁은 양국간 화해형식으로 처리됐으며 일본이
미국과의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이 슈퍼301조를 발동, 일방적인 제재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부당성을 이유로 제소한 것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해결
됐다.

그러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계류중인 것도 많다.

지난 4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가솔린규제법이 자국정유업체들을 차별대우
하는등 자유무역정신을 저해하고 있다며 제소한 것은 WTO발족후 첫 분쟁
조정패널을 설치하는 전례를 남기며 분쟁해결기구(DSB)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가 유럽연합(EU)의 가리비조개 분류방식이 수입규제조치로 이용되고
있다며 제소한 것등 3건도 쌍방협의에서 타결짓지 못하고 패널설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곡물수입관세 평가방식에 관한미 캐나다의 제소와 일본의 주세에
대한 미 EU 캐나다의 제소 역시 그렇다.

다만 패널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통합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TO는 당사자간 쌍무협상에서 분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당사국의 요청에
따라 3-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의 판결에 문제해결을 묻도록 하고
있으며 패널판정에 불복할 경우에 대비한 상고절차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WTO에 계류중인 분쟁의 유형을 분석해 보면 특히 농수산물에 대한
분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엿볼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서 합의한 시장개방조치 이행단계를 맞아 국가별
로 수입검사기준을 강화하고 관세평가방식도 변경하는등 다양한 수입억제책
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특히 농수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 분쟁해결 요청이 WTO에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의적인 피해판정과 일방적인 무역보복을 규정하고 있는
슈퍼301조를 자국과 관련된 통상분쟁 해결도구로 휘두르고 있고 EU도 유사한
대응수단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WTO분쟁해결절차는 이들 강대국의
이익만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