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삼성전관공장은 아마도 한국기업들이 해외에 구축한 생산기지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연간 약1백70만개의 컬러TV브라운관을 생산할수 있는 라인이
1년에 1개꼴로 증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속도 없이 외형만 늘리기 위해 그러는게 아니다.

현지에서의 컬러브라운관 공급이 달려 증설하는 것이다.

브라운관 생산라인 1개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은 6천만~7천만달러에
달한다.

4년동안 라인증설에만 6억달러가량을 쏟아붓는다는 것은 여간해서 찾기
힘든 경우에 속한다.

삼성전관이 말레이시아에 컬러브라운관 생산기지를 건설한 것은 지난92년.

당시 말레이시아에는 M-TV,SREC등 TV메이커와 소니 마쓰시타등 일본업체들
이 연간 3백50만대의 컬러TV를 생산하고 있었으나 브라운관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삼성전관이 진출만하면 장사는 보장되는 셈이다.

그래서 삼성전관은 콸라룸푸르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투앙쿠 자파"
공단내 6만1천평에 14인치 컬러TV용 브라운관과 전자총 1개라인을 건설했다.

당시 투자비로 1억달러가 소요됐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1백70만개의 브라운관과 3백만개의 전자총은 태국
의 삼성전자와 현지 TV메이커에 공급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수요예측은 생산 첫해부터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브라운관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늘어나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관의 정희범법인장은 "브라운관 공급이 해가 거듭될수록 해소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돼가는 상태여서 라인의 대폭적인 증설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현지의 브라운관 수요는 매년 10%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상반기중에 당초 예상치인 15%의 두배에 달하는 30%나 증가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전관은 수요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어 폭증하자 대대적인 증설작업에
나서는 한편 공장도 풀가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92년 1차라인이 양산체제에 들어간 이래 작년1월부터 연산 1백70만개를
생산하는 2차라인을 증설했다.

그리고 불과 18개월만인 지난5월에 3,4차라인도 브라운관을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는 연간 6백50만개의 브라운관과 1천8백만개의 전자총을 양산
하는 세계최대의 브라운관 생산공장이 된 것이다.

이 회사의 생산계획은 여기서 그친게 아니다.

삼선전관은 지난6월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5,6차라인을 증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늦어도 2000년까지는 2개라인을 더 설치해 연간 1천5백만개의 브라운관
을 양산하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브라운관 수요가 2000년에 2억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힘입어 2년가량 앞당겨질게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공장은 명절과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는 풀가동하고 있는 상태다.

3천명에 달하는 현장근로자들을 2개조로 나눠 일요일도 없이 라인에 투입,
1년중 3백30일을 가동중이다.

"생산물량의 90%를 도시바 마쓰시타 산요 히타치등 일본업체와 유럽의
톰슨 노키아등에 공급하고 있으나 이들 업체가 요구하는 만큼의 물량을
대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게 이동훈영업과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초호황에도 불구, 삼성전관이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측면은
다른데 있다.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힘든 것이다.

삼성전관이 입주해 있는 자파공단 주변만해도 인력이 고갈된 상태다.

말레이시아현지인들사이에 "3D"현상이 퍼져 있는데다 외국업체들간에
인력쟁탈전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공장에서 집까지 2시간이상 걸리는 근로자들을 억지로 구해
채용하고 있으나 이직률이 한달평균 5%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임금이 말레이시아에 비해 싼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등 외국인
근로자들을 손쉽게 구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근로자수입은 정부주도로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정법인장은 "외국인근로자는 현지인과 봉급이 같고 주택까지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측면에서 오히려 비싼 편"이지만 "그나마 이들을 더 쓰고
싶어도 정부가 승인을 안해줘 인력확대가 최대과제"라고 밝혔다.

대한무역진흥공사의 김재효관장은 "외국인근로자들이 마구 수입될 경우
현지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이곳 정부가 인력수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의 이직률이 심한경우 20~30%
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인력부족과 인건비상승 요인으로 해외기업들을
인도네시아나 중국 인도등의 국가로 뺏기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제조업협회(FMM)등은 말레이시아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개선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력난 해결과 함께 투자조건완화 투자설비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말레이시아 진출시 시장성과 투자여건을 검토하기에 앞서 인력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