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대중지식 가운데 "소유와 경영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있다.

효과적인 기업경영을 위해 소유주와 경영인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처럼 기업경영이 복잡하면 할수록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종의 성역화된 진실이다.

어떤 믿음이나 주장이 진리가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소유와 경영의 효율성을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증거를 발견할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기업경영에도 전문가가 있으리라 믿어진다.

그러기에 일반인들은 전문경영인이 기업경영의 전문가라고 믿고, 소유주에
비해 전문경영인이 더욱 우수하다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경영인의 능력은 전문경영인이나 소유주 경영인과 같은 출신성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소질은 타고 난 자질이나 후천적인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할경우 좋은 성과를 거둘수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경영인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들은 70년대 중반이래로 학자들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주인과
대리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유주(주인)들이 기업경영을 전문경영인(대리인)에게 맡길때는 경영인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막상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주주와 경영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이 생각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소유주가 경영하는 기업이 더욱 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할수는 없다.

다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검증받지 못한 대중지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