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핵실험의 전면중단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미정부의 공식발표는
"핵공포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대명제를 향한 진일보의 결단으로 평가할
만하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11일 "미국은 이제 어떠한 핵무기실험도 금지하는
완전한 핵실험금지를 주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같은 선언은 현재 제네바에서 진행중인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협상
에서 소규모 핵실험을 제외시키려 해온 미정부의 자세에 비추어 다소
의외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미 국내에서는 소규모 지하핵실험은 미국의 핵군사력 유지에
필요하다는 주장과 아무리 소규모라도 다른 나라를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이러한 논란은 이제 클린턴 대통령의 선언으로 종식된 셈이다.

또 그동안 별 진전이 없었던 CTBT협상에 돌파구가 열려 목표시한인
내년말까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수 있다.

현재 5대 핵강국중 독자적인 핵실험장이 없는 영국은 미국의 시설을
빌려 핵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의 이번 결정을 자동적으로 따를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프랑스도 내년 5월까지 몇차례의 핵실험을 한후 전면 핵실험 영구
중단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비친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약간의 예외를 인정하는 조건부 포괄핵실험
금지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제네바 CTBT협상은 사안의 성격상 완전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과연 목표대로 내년말까지 협정이 서명될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강국인 미국이솔선수범하여 어떠한 종류의
핵실험도 하지 말자고 나선만큼 협상전망은 어느때보다 밝아졌다고
하겠다.

그동안 일부 개도국들의 핵개발시도를 저지하는데 사용했던 핵강국
들의 논리는 궁색하기 이를데 없었다.

핵강국들은 지난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무기한 연장시킴으로써
핵비보유국들을 통제하는 영구적인 장치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당시 핵비보유국들에 다짐했던 핵보유국들의 핵무기감축 약속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NPT연장 서명이 있고 며칠도 안돼 중국은 핵실험을 강행했는가
하면 프랑스 역시 핵실험강행을 결정했다.

이때문에 핵무기감축 약속은 감언이설일 뿐이라는 비난여론에 대해
핵보유국들은 할말이 없는 처지이다.

이러한 때에 미국이 앞장서 전면적인 핵실험금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은밀히 핵개발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이라크 이란 등에도 작지 않은 압력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93년3월 북한의 NPT탈퇴 선언이후 미국이 기울여온 북핵개발
저지노력에 명분을 더해주고 미국의 협상입지를 강화해주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이번 결정이 핵보유국들에는 핵무기의 완전폐기를,핵비보유국
들에는 핵무기개발의 포기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