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원대 비자금설이 정가를 휘몰아치고 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실로 엄청난 액수의
검은 돈을 떡 주무르듯 했다는데, 그래도 소시민들은 울분을 참고 견딜수
밖에 없다.

혹 더러운 세상이라며 침이라도 퉤 내뱉게 되면 기초질서 위반사범으로
몰려 벌금을 내야 함은 물론 건강에도 해롭기 때문이다.

침은 귀의 앞 아래쪽에 있는 이하선, 아래턱뼈 속에 있는 악하선, 그리고
혀밑에 있는 설하선이라는 타액분비선에서 나오는 끈기있는 소화액이다.

끈적끈적한 점액과 프티알린(Ptyalin :녹말 분해 효소)이 함유된 장액으로
이루어진 침의 주된 작용은 저작시 음식물이 잘 섞이도록 하여 소화를 돕는
것이다.

그래서 입속 가득한 음식물이라도 꼭꼭 씹어 침과 잘 섞이면 위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는데 3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침이 잘 섞이지 않은 딱딱하고
마른 음식은 15분이나 걸린다.

또 침은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 세균을 죽이는 항균효과를 발휘하니,
헌데나 벌레물린데 덧나지 않게 바르는 즉석 바이오(Bio)연고가 될수 있다.

반면 침 속에는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가 득실거려 질병의 전염원도 되니,
이 때문에 우리는 대화중에 침 튀지 않도록 조심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침(타)이 치아에서부터 나오는(타생어아치) 신의 진액이라고
(타자신지액야)하였다.

금장 옥례라고도 불리는 침의 주된 작용은 영근이라는 혀(설)를 관개하는
것인데, 흔하디 흔한 입속의 분비물을 황금과 옥구슬에 비유한 것은 그만큼
소중히 간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땀과 눈물 정액등은 한번 배출되고 나면
돌이킬수 없지만 입속의 침은 되돌려 생성할수 있으니 함부로 내뱉지 말
것을 권유하였다.

이렇게 자신의 침을 내뱉지 않고 머금어 삼키는 것을 회진법이라고 하는데,
회진법을 시행하면 진액이 보존되어 몸에 윤기가 흐른다고 하였다.

오죽하면 소녀경에서는 성관계시 남성이 여성의 타액을 빨아들이는 것이
남성의 뇌수를 보충하는 방법이라고 하였을까.

옛 성인의 "상습불타지"(땅에 함부로 침뱉지 않는 습관을 가져라)를 지키기
위해서도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