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그 영향은 우리가 평소에 의존하던 통계적 모델과 예측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물리적 인프라 중 댐과 같은 수자원 관리 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전통적으로 학자들은 특정 지역의 홍수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와 같은 통계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기후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십 년 간격의 극단적인 사건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가 된다.하지만 최근의 관측 결과는 기존의 통계적 기준이 기후변화로 효용이 다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섬진강댐은 건설 당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홍수량이 2010년 이후 2회 초과해 유입됐다. 남강댐은 2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홍수량이 최근 45년간 6회나 초과했다.이런 통계의 역습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홍수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전통적인 기준에 의존해온 하천과 제방은 급격한 물 환경 변화를 감당할 수 없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둘째, 인프라의 한계다. 통계적 예측에 의존한 인프라 설계와 정책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노후화된 댐이나 배수 시스템은 기후변화로 커지는 홍수 위험에 역부족이다. 올해 3월 발표된 댐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5m가 넘는 대규모 댐이 총 150개소이다. 기후 위기를 고려하면 안전한 댐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지방자치단체 용수전용댐은 통계의 역습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건설된 지 30년이 경과된 시설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관계는 조선과 이탈리아 왕국이 1884년 ‘조이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어언 140년이 흘러 올해 양국은 한·이 수교 140주년이 됐다. 이토록 중요한 해를 맞이해, 양국 국민 간 친밀감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도시외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오늘날 이탈리아 문화가 이토록 풍성하고 다양하게 된 데에는 도시의 역할이 컸다. 도시국가 중심으로 성장해온 이탈리아이기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지자체 활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탈리아에서 도시가 지니는 중요성의 역사적인 흔적은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이탈리아 해군의 깃발은 피사, 베네치아, 제노바, 아말피의 깃발로 이뤄져 있는데, 중세 이탈리아 4대 해양 도시국가였던 네 국가의 전통이 현대 해군을 상징하는 깃발로 이어진 것이다.다양성 속에서 통합을 추구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한 사실은 식문화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큰 틀에서 이탈리아 음식은 지중해식 음식이지만 지역별 특색이 두드러진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음식도 지역에 따라서 조리법이 다르다. 예컨대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는 조리할 때 버터를 사용하고, 남부에서는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다. 또, 북부에서는 옥수숫가루로 만든 폴렌타라라는 죽을 즐겨 먹지만, 남부에 가면 세계 최고의 피자를 맛볼 수 있다.와인도 마찬가지다. 2000가지가 넘는 토착 품종과 지역의 토양 및 기후를 반영한 재배방식, 오랜 전통의 양조법 덕에 이탈리아 와인은 생산지와 연관성이 깊다. 이러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클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핵심을 돌파하는 논객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녀는 1982년 즈음에 쓴 ‘전체주의에 대하여’라는 에세이에서 우선, 역사에서 추출되는 전체주의의 특징들을 지적하는데, 곱씹을 만한 항목들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다. 둘째, 언제나 ‘진보’로 인식되는 동향의 소산이었다. 셋째, 전체주의는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좌파 전체주의가 더 악성이며 모든 분야로 확장된다. 넷째, 냉정한 계산에서가 아니라 감정적이다. 다섯째, 군사적 강제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민중의 지지가 따른다. 여섯째, 청렴결백(정의로움)을 주장하는 자들에 의해 추진된다.이 여섯 가지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386 내로남불 대중파시즘’의 속성과도 혈연관계를 맺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이 전체주의를 싫어하는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전체주의의 권력층이나 그 국민(인민)들이나 공히 ‘병맛’이기 때문임을 밝히면서 이탈리아의 두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와 레오나르도 샤샤에 대해 얘기한다. 모라비아가 데뷔했을 무렵 이탈리아는 파시즘 치하였고 샤샤는 그 시절에 태어나 자란 후배다. 유명하기로는 모라비아에 못 미치지만, 시칠리아 출신답게 마피아 소설들을 바탕으로 추리, 역사, 정치 스릴러를 넘나들며 ‘형이상학적 범죄소설’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남겼다. 모라비아와 샤샤는 소설가라는 것 말고도 국회의원을 해먹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시오노 나나미는 이 둘에 대해 다 부정적인데, 샤샤에 대해 더 비판적이다. 한데 그 이유가 재밌다. 모라비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