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정치권에 대해 깊은 불만과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과 국회는 오히려 민주화의 걸림돌이라는 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정부가 잘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하나도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현정부의 낮은 인기도를 반영했다.

우리사회에 "정치 냉소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치불신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부정부패의 척결이 첫번째로 꼽혔고
이밖에도 정치인의 자질향상, 정치지도자의 세대교체, 지역감정 타파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사정작업에도 불구, 부정부패가 근절
되지 않았다는데 국민의 절반이상이 동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현실정치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과는 달리 향후
정치에 대해서는 매우 낙관하고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명중 9명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21세기 우리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 정치 관심 평가 ]]]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비교적 높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은 정치사안을 놓고 주위 사람들과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과 같은 큼지막한 사건이 터지면 국민의 80%이상은
정치사안을 주요 화제로 삼는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얘기"가 즐거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우리 정치현실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은 고작 5.1%에 불과한
반면 절반이상은 "불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20~30대 젊은층중 정치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람은 10명에 3명 꼴도
안된다.

당연히 정치인과 정당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대부분은 정치인에 대해 "국가와 민족 보다는 자신의 인기와 출세에
신경쓰는 사람"(89.5%), 정당에 대해 "당리당략에만 신경쓸뿐 나라 장래에
고민하지 않는 집단"(81.7%)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거리에 나가 행인을 붙잡고 "우리나라 민주화를 가로막는 제1의 집단
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정당, 국회"라고 답하는 사람이 68.9%에 이른다.

정치인들은 이에대해 고개를 가로저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의가 정치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있다"(40.1%)는 조사결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현정부에 대해서도 커다란 기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잘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국민의 20%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질문을 외면해 버린다.

외교(14.5%), 선거(11.1%)등이 그나마 현정부의 "치적"으로 꼽히고 있다.

못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으면 물가 교통 교육등의 순으로 대답한다.

민생문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정치의 최우선 해결과제로는 부정부패및 비리 척결(28.6%)이 지목
됐다.

국민들은 이어 정치인의 자질향상, 정치지도자의 세대교체, 지역감정
지역구도 해소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미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는 않고 있다.

"5년후 우리 정치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80%에 육박, 아직
정치가 포기할 단계는 아님을 대변하고 있다.

[[[ 민주주의.정부 ]]]

문민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민주화 정도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민주주의 수준에 대해 국민의 절반 가량은 보통이라고 답했고 "낮은 편"
이라는 응답자는 30%선, "높은 편"이라는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연령이 낮을수록 "교과서상의 민주주의"와 "현실상의 민주주의"간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집단"으로는 청와대(48.6%)가 단연 으뜸으로
꼽혔다.

언론기관이 큰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그다음이 국회였다.

4위로는 시민단체가 거론돼 "피플 파워"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연령이 낮을 수록 기업을 지목하는 응답자가 많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임을 반증했다.

군은 전체 9개 대상기관중 꼴찌를 차지, 눈길을 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적 사건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우리 국민 2명중
1명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답했다.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채 정치권의 불씨로 남아있는 "광주문제"가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음을 말해준다.

"5.18" 다음으로는 "4.19"(15.5%), "5.16"(8.4%), "문민정부 수립"(6.7%)
등이 기억에 남는 정치사건으로 지적됐다.

김대중씨의 정계복귀는 유신개헌, "6.29", 3당합당등을 제치고 6위를 기록
해 정계은퇴라는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정치권 중앙으로 다시 뛰어든
DJ의 정치행보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논란이 되고있는 정부형태와 관련, "우리
정치현실상 대통령중심제가 내각제 보다 바람직하다"(62.8%)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했던 2공화국에서의 혼란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중.장년층에서 대통령제 선호경향이 높았다.

대통령 임기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4년중임제 보다는 현행
5년단임제를 그대로 두자는 반응이 높았다.

다만 20~30대 젊은층과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4년중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민 10명중 9명은 "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다"라고 외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강하다는 얘기이다.

특히 70%이상은 "국가가 잘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어느 정도
희생될수 있다"는 국가관을 갖고 있다.

젊은층으로 갈수록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덜한 반면 개인주의적 성향은
높아 신세대의 국가관이 기존세대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 선거 / 정치지도자 ]]]

6.27지방선거이후 완연해진 "신3김시대"에 대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세대교체를 통한 정계의 새바람을 기대
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경향은 낮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져 젊은층은 신선한
정치인의 출현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인에게 "내년4월에 치러질 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정치적 경륜이 많은
사람과 새로운 인물이 후보로 나선다면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대해 응답자의 60%이상이 "새로운 사람"을 선택했다.

연령별로는 50세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참신성 보다는 경륜을 중시했지만
40대이하에서는 참신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김"의 텃밭인 호남지역및 충청.경남지역은 모두 새로운 인물 보다는
정치적 경륜을 선호해 이들 지역에서 3김의 위력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차세대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청렴결백"(17.0%)
으로 조사됐다.

그다음으로는 추진력 정직성 지도력등이 비슷한 비율로 지적됐다.

오는 96년 대선에서 "3김 퇴진및 세대교체"를 내걸고 출마하려는 젊은
차세대 주자들이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이다.

국민 2명중 1명은 가장 훌륭했던 정치인으로 박정희전대통령을 꼽았다.

김구선생은 26.6%를 얻어 2위.

박전대통령 재직시절을 경험한 40대이상에서는 그에대한 인기가 높았던데
비해 20~30대 신세대들은 김구선생을 흠모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가.차명계좌 비자금 보유설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두 전직대통령중
전두환전대통령은 1.2%에 그쳐 7위에 머물렀다.

[[[ 일본과의 비교 ]]]

우리 국민의 80%이상은 일본에 대해 "협력은 하되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협력반, 경계반"의 대일관을 보여주었다.

그런가하면 일본과는 가능한한 멀리해야 한다는 "일본 배척파"들은 2.7%에
그쳐 대일우호관계에 대한 실리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퍼져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민주적 시민의식 민주화 수준 정치인 윤리
등의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애국심 만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존심은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20대이하와 50대는 반일적 대일관이, 30~40대는 현실주의적 대일관
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