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50년의 세월은 경제 사회 문화등 모든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로 가계살림이 크게 풍요로워진 것이 각
방면의 변화를 초래한 주요인으로 작용한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복을 맞은 지난45년 당시 샐러리맨들의 월급은 지금으로선 상상할수 없을
만큼 형편없이 낮았다.

쌀한말을 사고나면 남는것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통계청이 발간한 "통계로 본 광복전후의 경제.사회상"에 따르면 지난
45년말당시 회사원의 월급은 1백55원.

당시 서울의 쌀한말값이 1백24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쌀 1.3말정도밖에
살수없었던 수준이다.

한근에 19원하던 쇠고기로 따지면 8.2근, 소주(1.8리터짜리 한되당 52원)
로는 3되정도에 해당하던 금액이었다.

금한돈(도매가 6백15원)을 사려면 거의 넉달치 월급을 모아야 했다.

그마나 당시에는 물자가 크게 달려 물가가 자고나면 올라있을 만큼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45년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서울 소비자물가는 전년에 비해 평균25.4배
올랐다.

물가상승은 46년 3.9배, 47년 83.2%, 48년 53.6%로 수년간 계속됐다.

광복후 정확히 49년이 흐른 작년말현재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백70만1천3백원.

요즘 금값이 한돈에 3만9천5백원정도, 쌀은 한가마에 12만9천원수준에
이르는점을 감안하면 금 43돈이나 쌀 13.2가마정도를 살수있는 금액이다.

두차례에 걸친 화폐개혁(53년 1백원이 1환, 62년 10환이 1원)으로 광복
직후였던 45년 당시와 50년이 지난 현재의 샐러리맨 월급을 직접 비교할수는
없다.

화폐가치도 떨어져 구매력기준으로도 큰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금과 쌀의 구매량을 기준으로 굳이 따져본다면 광복이후 50년동안
샐러리맨의 월급이 최소한 1백배이상 올랐다는 계산은 얻을수 있다.

이같은 소득증가로 생활상은 크게 달라졌다.

의.식.주는 물론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등 삶의 질과 내용이
풍요로워지고 다양해진 것과 동시에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환경오염이 심화
되는등 부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의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는
지난63년만 해도 61%에 달해 후진국의 수준을 면치못했다.

그러다 71년에는 엥겔계수가 47.6%로 떨어졌고 86년에는 36.4%로 감소세가
계속 이어져 작년에는 29.7%를 기록했다.

30여년만에 절반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미국(12.1%)이나 일본(20.1%)등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대략 25%정도로
추정되는 선진국수준에는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외식비 비중의 증가는 달라진 소비패턴의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외식비의 비중은 63년당시 전체소비의 1.3%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9.0%로
늘었다.

이는 의와 주에 해당하는 피복비(신발비포함)와 주거비및 가구비의 비중을
웃도는 것이다.

또 전체 식료품비중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5%나돼 쌀등의 곡물류
비중(12.1%)을 크게 넘어섰다.

외식비와 함께 교통.통신비의 증가도 생활방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63년 2.5%였던 교통.통신비 비중은 자가용승용차의 구입및 유지보수비용
증가와 PC등의 구입등으로 작년에는 12.0%로 늘었다.

해외여행등을 위해 출국하는 사람도 해마다 늘어 66년 3만5천명이었던
출국자수가 작년엔 3백15만4천명으로 90배나 증가했다.

한세대전만해도 봄철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흔히 나돌았을 정도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에도 힘들었던 것과는 천양지차가 아닐수 없다.

반면 교통사고나 강력범죄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고 있다.

지난56년 5천건에 불과하던 교통사고는 80년 12만건, 93년에는 26만1천건
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강력범죄도 70년에는 2만7천건이었던 것이 93년에는 4만1천건으로 20여년
동안 배가까이 늘었다.

이와함께 80년대들어서는 대기오염과 쓰레기등 공해문제까지 가세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세계10위권이나 보건.환경.복지등에서는 하위권을
면치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실제로 한국은 평균수명이나 교통사고사망자 1인당 보건비지출액등의 사회
지표에서 선진국들에 크게 뒤지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성장만이 아니라 "삶의질"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광복5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활력을 찾아야할
시기인것 같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