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들의 대하소설이 잇따라 완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김주영씨(56)의 "화척"(전5권 문이당)과 조정래씨(52)의 "아리랑"(전12권
해냄)이 최근 완간된데 이어 황석영씨(51)의 "장길산"(전10권 창작과비평사
)도 옥중 손질을 거쳐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들 작품은 고려 무신정권에서 조선말기를 거쳐 러.일전쟁 광복까지를
잇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농익은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화척"은 신문연재 당시 작가를 절필의 위기로 몰고 갔던 화제작.

88~91년 연재내용을 1~3권에 담았으며 4, 5권은 전작으로 완결했다.

시대적 배경은 고려중엽.정중부의 난에서 최충헌이 집권하기까지
28년동안의 얘기다.

"화척"은 버들고리(류기)를 만들거나 수렵에 종사하던 유랑민. 작가는
이의방의 노비가 된 거칠과 최충헌의 수노 만적이 펼치는 생존의 몸부림을
통해 천민들의 한서린 울부짖음을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다.

그는 "작품무대인 개성을 직접 답사하기위해 89년 방북을 추진, 북한주민
접촉허가서까지 얻어 북경으로 달려갔으나 결국 개성땅을 밟아보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송악산의 안개와 풀꽃 오솔길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대신 일본에서 개성지방의 고지도를 구해 일일이 확인하고
관련자료와 수필까지 탐독하면서 사실성을 높이려 애썼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아리랑"은 1904년 러.일전쟁부터 광복에 이르는 민족수난의 역사와
투쟁을 그린 것.

무대는 군산 김제를 축으로 하와이 도쿄 만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아우른다.

원고지 2만장 분량의 이소설을 통해 작가는 식민지시대 사회주의자들과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을 동일선상에 끌어올려 그늘진 역사를 복원해
냈다.

그는 후기에서 "친일파들이 얼마나 나쁜짓을 했는지, 그들이 왜 민족의
이름으로 단죄돼야 하는지를 밝히려 했다"고 강조했다.

"장길산"은 17세기말 숙종시대를 배경으로 한 의적소설.

84년 발간된 초판본을 공주교도소에 수감중인 작가가 전면 손질하고
출판사를 바꿔 다시 내놓았다.

초판이 74년부터 10년간 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그대로 실었던 것과 달리
개정판에서는 오식을 바로잡고 수백군데를 첨삭해 연재중 늘어졌던 대목이나
거친 표현등을 걸러냈다.

또 초판9권에서 누락됐던 부분을 찾아내 보충했으며 일부 내용은
국문학자 최원식씨의 고증을 바탕으로 수정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