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23년째를 맞은 제일합섬 구미공장.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방사설비 곳곳에 음료수 캔 반쪽만한 원통형 장치들이 눈길을 끈다.

이름하여 "진동센서". 말 그대로 설비의 떨림 정도를 감지하는 장치다.

구미공장내에는 모두 3백93개소에 이런 진동센서가 장치돼 있다.

이들 센서가 감지한 진동정보를 보내는 곳은 중앙의 CMS(컴퓨터 모니터링
시스템)통제실. 마침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던 당직자가 인터폰을 집어든다.

"방사 2호기 16번센서 한계치 오버했습니다"통보를 받은 보전팀에서는
즉각 담당기술자를 보내 진동원인을 살피고 조치한다.

제일합섬이 제2창업의 과제로 작성하고 있는 공장혁신 레포트의 첫
페이지는 바로 이같은 "예지보전체제"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이 공장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설비고장은 모두 1천3백55건.
월평균 1백13건인 셈이다.

재작년에는 월평균 2백20건이었다.

예지보전체제의 성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 89년부터 추진해온 TPM을 작년부터 예지보전체제로 한차원
진전시켰다.

이 체제가 본궤도에 오르는 98년에는 월평균 고장건수가 40건이내로
줄어들 것이다.

특히 중대고장의 경우 작년에는 25건이 발생했지만 96년에는 5건,
98년에는 제로화한다는게 우리 목표다"(송문규경영혁신팀장) 예지보전체제란
한마디로 컴퓨터등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설비를 관리하는 체제.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TPM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를 예지보전단계까지
진전시킨 경우는 드물다는게 송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면 예지보전체제의 금전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이번에는 보전팀 안상훈과장의 설명. "예지보전체제가 도입된 93년
10월이후 지금까지 이 체제 덕분에 예방한 중대고장이 23건 있었다.

그 수리비용만도 2억6천만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건 수리비용만 따진 것이고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차질액까지
감안하면 그 금액은 훨씬 더 커진다"안과장은 또 설비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사라진 것도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성과라고 덧붙인다.

이 공장이 추진하고 있는 예지보전체제는 앞서 설명한 CMS외에
LMS(급유관리시스템) MMS(설비관리시스템) 등 크게 3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LMS는 각 설비의 윤활유급유를 관리하는 시스템.TPM의 기본이 윤활유
급유라고는 하지만 설비규모가 큰 공장에서는 이 "기본"조차 수월한 작업이
아니다.

설비마다 윤활유 종류가 다르고 급유주기도 다르기때문이다.

이 공장의 경우도 급유기준이 무려 1천1백여건에 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중요도가 큰 A급설비(2백42개)의 급유는
모두 컴퓨터로 관리한다.

이 공장이 현재 착수단계에 있는 MMS는 설비에 대한 정보관리 시스템이다.

설비의 이력에서부터 가동중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경향, 고장경력 따위를
컴퓨터로 분석해 고장발생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것이다.

"오는 97년부터는 CMS LMS MMS를 하나로 묶어 TPMS라고 하는 통합설비정보
관리시스템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20년이 넘은 공장이지만 선진공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송팀장이 밝히는 이같은 구상속에 "무고장 공장"을 지향하는
제일합섬의 21세기 전략이 담겨있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