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94년 매출액 8조8,000억원, 경상이익 1조4,000억원,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신용등급 A1.이러한 우수한 프로필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전력이다.

국민에게 비쳐진 한전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있다.

최고경영자가 뇌물수수로 구속되었던 기업, 낙하산식 인사로 최고경영자가
채워지는 기업, 적당히 가격을 올려받아 손쉽게 돈버는 기업, 예비율 저하로
국민들을 더위속에서 짜증나게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한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전력산업의 개혁을 요구한다.

지금까지의 한전의 독점체제는 단일기업하에서 전력이 공급될때 생산비가
체감한다는 자연독점적 성격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시장기능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독점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소규모 발전시설은 기존의 큰 발전소와 경쟁할수 있을 만큼 싼값으로
전력을 생산할수 있게 되었고,전력도 타상품처럼 시장기능을 통해서 효율적
으로 공급될수 있다는 생각이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영국 미국 뉴질랜드 칠레 아르헨티나등이 자국의 전력산업구조를 개편
하였다.

가장 혁신적인 구조개편을 단행한 영국의 경우 신규기업에 의한 새로운
발전시설이 속속 증설되고 있으며 경쟁이 도입된 시장에서의 전력요금이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정전시간도 감소하였다.

이러한 영국의 성과는 경쟁을 도입하면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켰을 뿐만아니라 시장기능의 우월성을 입증하였다.

우리나라도 민자발전을 통해서 전력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자발전사업자가 한전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2000년대까지도 전력산업에서 한전의 독점체제
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경쟁체제가 독점체제보다 효율성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할때 전력산업
에 보다 혁신적인 경쟁도입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