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에 찬 바람이 불었던 지난92년3월. 정부도 불경기대책이라며
"투자지도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요약하면 업계는 3-4년간정도 생산능력확충을 꿈도 꾸지 말라는 것.
NCC(나프타분해공장) PE(폴리에틸렌)공장 PP(폴리프로필렌)공장 등 더 이상
세워서는 안될 공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정도로 강하게 나왔다.

그러나 금년들어 이 "지도"가 별 볼일 없어졌다.

실제로 투자지도방안에서 금년말까지 증설을 금지한 공장인 폴리올레핀에
유공과 대림산업이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제동을 걸지 않고있다.

"유화경기가 살아난 마당에 금년말일부로 없어질 것으로 예고된
행정지도를 새삼 들먹일 필요가 있겠습니까"(통상산업부 관계자) 정부가
"불경기의 유물"을 고수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여기서 단 한가지 예외가 있다.

유화콤플렉스의 업 스트림공장인 NCC가 그것이다.

NCC에대한 규제 해제는 일단 내년이후라는 것이 통상산업부의 입장이다.

유화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따져보면 정부가 유독 NCC에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NCC를 2개로 늘리다고 하자. 당연히 NCC의 생산품인
에틸렌 프로필렌이 배로 늘어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유화산업의 특성상 기초유분이 늘어나면 PE PP등 하류계열
제품의 생산능력도 배가 된다는 점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같은 기초유분을 팔아 먹겠다고 NCC를 짓는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NCC를 짓는다는 것은 계열 하류공장도 같이 건설한다는 말로
통한다.

철강업으로 치면 용광로가 하나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이 NCC에대해 현재까지 나온 정부의 자유화방안은 박운서 통산부차관이
지난5월 업계간담회에서 한 말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내년부터 규제를 풀 예정이지만 민간협의회를 통해 업계내에서
신증설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NCC에 관한한 정부 조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던지 유화업계에선
쇳소리가 나기 딱 알맞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조짐이 보인다.

"제2NCC론", "개보수론"등 서로 융합되기 힘든 주장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투자자유화가 이뤄지면 제2 NCC 건설을 추진해야될 입장이다"(현대석유
화학) "시기상조이다.

기존의 NCC를 개보수 하는 방법으로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려가야한다"
(대림산업및 LG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등) 왜 이렇게 입장이 다른지를 알려면
지난90년의 증설시대로 거슬러 가봐야한다.

당시 현대석유화학은 NCC를 구성하는 분해 와 정제장치를 연산 40만t에
짜맞추었다.

반면 LG 대림등은 분해 는 40만t에 맞추었지만 정제장치는 50-60만t으로
설치했었다.

현대와 달리 미래의 확장시기를 대비해 투자를 미리 더 해 놓은 셈이다.

이에대해 현대는 제2 NCC를 세우고 다른 회사는 개보수에 나서는 등
"마이 웨이"로 가면 그만이지 입장차이가 문제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할
사람이 많다.

그러나 유화업계의 특성상 해결책이 간단치 않다.

또 예를들어 한 회사가 제2 NCC에 나서면 개보수 증설을 할 수 있는
업체도 뒤질세라 새 NCC를 지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곳이 유화업계다.

공급과잉 우려보다 선점경쟁에 먼저다.

규모의 경제를 들먹이지 않고 경쟁에서 지기싫어하는 재계의 속성만으로도
이런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반대로 현대의 손을 묶어놓고 나머지 회사만 NCC를 야금 야금 키워나가는
것도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물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을 가만히 앉아 참고만 있을 현대도
아니지만. 뾰조간 해결방안도 찾기 힘들다.

업계 일각에서 NCC를 순차적으로 증설해 기초유분을 나누어 가지는
아이디어가 제기 되고 있지만 이상론에 불과하다.

제휴가 아닌 치열한 경쟁에만 숙달돼온 한국 유화업계의 속성상 중재안이
수용되기도 힘든 분위기다.

유화산업의 투자자유화는 그래서 아주 요란하게 다가 올 것 같다.

제2NCC를 지으려는 쪽과 결사적으로 발목을 잡으려는 쪽이 격돌하는
쇳소리로.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