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구단이 1천승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훈현구단은 지난 11일 서봉수구단을 꺾고 997승(314패4무)째를
올렸다.

조구단은 이달중 5번의 대국을 남겨놓고 있어 이달안으로 1천승달성이
유력하다.

그중에는 서봉수구단과의 박카스배 결승전도 포함돼 1천승달성과 거의
동시에 무관탈출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

1천승달성은 지난해 11월 서봉수구단이 장수영구단을 상대로 금자탑을
쌓은뒤 국내 두번째이다.

서구단은 1,023승을 기록중이다.

그는 1천승달성 당시 슬럼프에다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는 다른기사들의
총력저지로 997승에서 1천승까지 15번의 패배를 당한뒤 힘들게 고지에
올랐었다.

다승은 매우 값진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예선이나 본선에서 초반탈락하면 대국기회가 적어지고 승수쌓기가
힘들어진다.

이부문 세계제일은 일본의 사카다 에이오(판전영남)구단으로 94년말
현재 1,103승(613패16무)을 기록중이다.

그는 94년에 4승8패를 기록하는등 근년에는 승수를 거의 쌓지 못하고
있다.

다음이 중국 상하이(상해)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중인 린 하이펑(임해봉)
구단. 7월말 현재 1,029승(581패2무)으로 1천승을 넘었다.

이외에는 가토 마사오(가등정부)구단 990여승,오다케 히데오구단 930여승,
조치훈구단 880여승순이다.

조훈현구단은 62년 일본기원에서 입단해 10년간 활동하다 7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때 일본에서 쌓은 승수가 118승인데 이는 기록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956승(314패 3무)을 거둔 조구단의 1천승달성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그의 부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관전락으로 예년에 없이 많은 본선대국을 치러 본의 아니게 승수를
쌓게된 것이다.

조훈현은 일세를 풍미한 기사답게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최연소입단(9세),세계최다타이틀획득(133회),국제4개바둑대회석권등
많은 부문의 기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기록은 과거의 영광이지 현재의 지위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서봉수구단은 1천승달성후 팬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소리없이 스러져가고
있다.

조구단에게 올해는 이창호칠단과의 대결에서 삼세번째다.

93.94년의 사제도전 27번기와 25번기에서는 무력하게 물러났다.

올해마저 밀리면 기회가 다시 안올지도 모른다.

"천하의 조훈현"이란 호칭에 걸맞는 진검승부를 보여줄때다.

< 백광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