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지폐유출사고는 한국은행의 독립문제에 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더구나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한은법개정문제와 맞물려 있어
한은은 이래저래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한이헌경제수석이 21일 "한은은 개혁되야 한다"며 한은에 대한 "사정"
의지를 밝힌데서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종래에 진행된 감사원감사는 주로 회계감사에 그쳐 한은 "업무"는 사실상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정경제원이 한은법에 규정된대로 업무검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한은으로서는 정부개입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김명호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일이 중앙은행독립성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것도 이런 점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한은에 대한 재경원검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그동안 사실상 한은에 대한 감사권을 독점해온 감사원이 한은업무
검사권을 재경원에 이양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시윤감사원장은 21일 "한은에 대한 업무검사는재정경제원의 몫이다.
감사원은 회계감사만 담당한다. 재경원이 감사원에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재경원의 표정과 입장은 명확치 않다.

자칫 이번 사건의 책임을 떠안게 될 소지가 큰 탓이다.

이석채재정경제원차관은 "국민들의 중앙은행 독립성보장요구로 재경원이
한은의 예산이나 인사등 내부문제에 일체 간여할 수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문제는 한은의 감사권을 수행하는 감사원이 조사할 사항"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재경원은 이날 공식자료를 통해 "한은감사여부는 한은의 자율성이 존중
되는 범위내에서 감사원등 관계기관과 신중히 협의해서 대처해 나가겠다"는
대단히 완곡한 표현을 썼다.

그러나 재경원실무진들은 "감사원이 명백히 업무감사권을 재경원에 이양
한다면 못받아들일게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한은개혁"을 외치고 있어 후임 총재도 비한은맨으로
채워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경우 현재 국회계류상태에서 폐기위기에 놓인 한은법향배에도
영항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은법개정안에는 유명무실한 업무검사권을 감사원으로 일임했으나
이를 다시 찾아오는 문제도 거론될 수있다.

또 그동안 내부인사로 충원되온 감사도 정부인사가 들어가 한은의 업무에
대한 상시감사가 돼야 한다는게 재경원의 분위기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