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쇼핑할 때 거추장스런 손수레없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상품을 집어들면 어느새 그 상품은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카운터 앞으로 옮겨진다.

이같은 상황을 슈퍼마켓에서 구현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쇼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영국 북서부 샐포드대학 구내의 컴퓨터에 설치된 이 가상현실 슈퍼마켓은
이제껏 개발된 것중 최상으로 꼽힌다.

이 시스템은 영 최대의 소매상인 J샌스베리가 점포내 레이아웃을 쉽게
바꾸기 위한 실험용 디자인장치를 가상현실업체 인텔리전트 시스템즈
솔루션즈(Insys)에 의뢰해 개발된 것.

인시스사의 제네럴 매니저 봅 스톤은 이 시스템을 보완하면 제한적이며
특수한 가상현실 쇼핑서비스가 2년내에 상용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시스템의 사용자들은 헤드셋을 머리에 쓴 다음 조정장치를 손에 쥐고
컴퓨터속의 3차원 공간으로 들어간다.

사용자는 가상적인 샐포드 거리를 드라이브한 다음 슈퍼마켓 주차장에
주차시킨다.

곧 회전문을 통해 상점안으로 들어가서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는 상품들을
구경한다.

이때 진열대 위를 날아다닐 수도 있다.

마침내 상품을 골랐을때 손에 쥔 조정장치버튼을 작동하면 손이 분리돼
진열대에서 상품을 집어든다.

상품은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계산대앞에 놓여진다.

이처럼 선택한 상품을 리얼타임으로 옮기는 능력은 이 시스템만의 특징
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인시스사는 이 모델을 여러단계를 거쳐 고안했다.

우선 가상현실구현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팬티엄 PC에 상점을 설치했고
내부집기들을 따로 창조해 가상의 상점속에 밀어넣었다.

또 상점의 외부와 내부모양을 찍은 사진등을 별개의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해
합쳤다.

이런 제작 과정이 약 8주 걸렸으며 비용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슈퍼마켓 내부에서 선반높이를 높이거나 낮추며 집기들을 옮겨
놓는 등 자유자재로 변경 가능토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변경 기능은 현재의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현장감과
실제쇼핑의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주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인시스의 설명
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화질이 조악하고 진열상품도 실제에 비해 적으며 가격
정보와 지불시스템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계점도 있다는 것.

그리고 소비자들의 주문과 이에 따른 배달체제를 개발하는데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기술개발이 진전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VR시스템을 상용화하려는 복안
이 있다.

인시스사는 현재 샌즈베리 등으로부터 5천~2만5천파운드의 가입비를 받고
가상현실과 시뮬레이션구상(VRSI)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회원사인 선박건조회사 빅커스 등은 VRSI를 잠수함 객실 설계 등
자사 관련업무를 실험하는 장치로 이용하고 있다.

인시스사는 개발중인 감각지각기술을 VR쇼핑에 도입하면 소비자들은 빵을
눌러 보면서 신선도를 측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