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KIET)은 22일 호텔롯데에서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
광복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산업발전의 정치경제학"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폴 크루그만 미스탠포드대교수 앨리스 암스덴 MIT교수 김수용서강대교수
안충영중앙대교수등 4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주제발표후에는 이석채재정경제원차관 곽승영 미하워드대교수 이경태
KIET부원장등이 발표내용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이날 크루그만과 김수용교수는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암스덴과 안충영
교수는 "한국 산업발전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다음은 그 주요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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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 미 스탠퍼드대 교수 >

[[[ 인.물적자원 투입증가로 성장 ]]]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기술개발에 의한 생산성향상이
아닌 단순한 인적.물적자원의 투입증가를 통해 이뤄졌다.

진정한 성장은 생산성향상에서만 비롯되기 때문에 아시아개도국의 경우
처럼 요소투입량만 늘려 이룩한 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시아경제가 21세기에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은 오류에 불과하다.

또 과거 소련 초기의 급속한 경제성장 또한 자원투입증대로 이뤄졌으나
한계에 부딪힌 것은 현재 아시아제국의 경제성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급성장한 아시아각국경제의 특성으로 <>저축과 투자율이 초기의 낮은
수준에서 경제가 성장함에따라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점 <>높은 교육열과
함께 진행된 교육투자 <>여타국의 평균보다 높은 GDP대비 수출비중등을
들수 있다.

아시아각국에서 교육수준이나 저축율,수출비중등이 더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제성장율이 둔화될 것이다.

아시아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시각은 <>홍콩의 경우처럼 자유무역에 의해
성장이 가능했다는 시각 <>정부개입등을 통해 보호무역과 함께 수출
지향적인 정책에 기인한다는 시각 <>유교적 전통이 주요인이었다는 시각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자유무역이 아시아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견해에 대해 홍콩을 제외
하고는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보호무역과 수출지향으로 성장이 가능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생산
효율성이 증대됐다는 증거는 없다.

한편 유교적 전통이 아시아 성장의 바탕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한국과
태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이 문화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시아경제가 이처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성장해왔으나 그 바탕에는
요소투입증가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며,요소투입증가 둔화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다.

초기에는 단순한 요소투입 증가만으로 고성장을 이뤄낼 수 있으나
한계생산성이 체감, 앞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고성장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다른 아시아국가와는 달리 생산성향상도 함께 이뤄냈던 일본의
경우에도 한동안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율을 지속했으나 지금은 성장율
이 둔화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급성장을 하고는 있으나 이것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데서
비롯된 효율성의 증가분까지가도 포함된 것으로, 향후 고도성장을 지속하기
는 힘들 것이다.

향후 세계 경제순위에 대한 전망에서 1위는 미국, 유럽제국 2위, 중국
3위, 그 다음이 일본이 될 것이며 다른 동아시아 제국은 그뒤를 이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은 낙관론에 불과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정책이 서방제국보다 우월하다는 견해나 다른
개도국들이 아시아 NICs의 성장경험으로부터 발전전략에 대한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는 위험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