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에는 "젊은 노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정년에 걸려 뒷전으로
물러난 "노인아닌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정년은 보통 55세이다.

한마을에서 환갑을 넘긴 사람이 몇안되고 그래서 환갑잔치가 떠들썩한
마을잔치였던 시대라면 몰라도 의술과 복지정책의 발달로 대부분이 일흔,
여든까지의 삶을 바라보는 요즘 시대에는 이른감이 들만도 하다.

그래서 정년퇴직후에 세차장이나 주유소등에서 궂은 일을 마다않고 일에
뛰어든 은퇴자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열성파는 소수에 불과하다.

기원이나 헬스클럼 등지를 다니며 그야말로 소일(?)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들이 쌓아온 전문지식이나 사회적경륜을 볼때 아깝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딱히 그들이 할만한 일이나 갈만한 곳이 있는것도 아니다.

사회의 제반시설이나 문화가 활동적인 젊은이들을 위주로 짜여져 있기에
마땅한 곳이 없는 것이다.

실버산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남은 인생이 적지 않으면서도 사회일선
에서 물러난 "젊은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시설과 상품, 사회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실버산업이 소비적이고 여흥위주로 전행되는 성향이 강하다
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가족과 회사를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왔으나 이제
여행이나 여가를 즐길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한창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소일거리가 아니라 그들이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당당히
한몫을 할수 있는 생산적인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실버타운 조성과 같은 노인복지 프로그램도 피동적인 "수용"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활도기반"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남은 인생을 보내기
위한 노인 수용시설이 될 경우 이는 현대판 "고려장"이나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코메디언은 아흔생일 파티에서 "나의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앞으로 남은 반편생은 더더욱 아름다울 것이라 확신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생이 아름답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보다 앞서 노인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실버산업이 활발하게 일어선
외국의 경우를 참조하여 우리의 풍토와 가치관에 맞는 생산적인 노후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