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정점에 달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여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행이 23일 발표한 "중소제조업의 설비투자전망"자료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마인드가 점차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산업부가 22일 발표한 "주요 대기업 2백개업체의 설비투자전망"자료에서
점칠수 있는 대기업의 활발한 설비투자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올하반기부터 설비투자는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나돌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도 상반기 전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26.4% 늘어나지만 하반기에는 19.9%로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국제외환시장에서의 갑작스런 엔저 경기정점이 빨리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시화되는 듯한 분위기다.

그 첫 조짐이 중소제조업체의 설비투자둔화라고 할수있다.

중소기업은행이 조사한 2천8백70개 중소제조업체의 하반기설비투자증가율
전망치는 전년동기대비 6.8%.

이는 상반기 실적 16.5%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은행은 이와관련,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시설확충을 대부분 끝내
신규투자가 부진하고 인건비나 원자재난으로 인한 수익성저하로 설비투자
분위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간의 경기호황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자금난등으로 잇단 부도에
시달리면서 호황의 양지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중소기업들이 생산능력확장을 위해 설비투자를
늘렸으나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온기운박사는 "엔저라는 새로운 변수가 돌출해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이를 예상해 설비투자를 줄여나가는
분위기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여전히 활발한 설비투자를 계획중인 것으로
나타나 설비투자에서도 양극화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양극화현상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통산부조사에서 주요 대기업 2백개업체가 하반기에도 작년하반기보다 설비
투자를 57.6%나 늘릴 것으로 나타나 중소기업과 다른 면모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이들 기업이 이미 상반기에 투자를 전년동기보다 58.9%나 늘린 상태여서
하반기투자계획치가 57.6%로 나타난 것은 여전히 투자마인드가 왕성하다고
판단할수 있다.

그러나 이조사는 6월21일부터 7월말까지 이뤄져 시의성이 다소 떨어질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산부관계자는 "엔화약세 경기정점통과등으로 경제여건이 변하고 있어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박사는 "우리경제는 작년 4.4분기를 기점으로
고투자분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경험적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고투자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그러나 요즘 상황은 엔화약세 정부의
외화대출축소 설비투자마무리등으로 경험적 수치보다 더 빨리 둔화될 것같은
분위기다"고 밝혔다.

국내설비투자에 영향을 주는 세계경기도 둔화되고 있어 설비투자를 큰 폭
으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향후 설비투자동향을 가늠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달호박사는 "설비투자는 국내총생산구성요인중 단기간
에 다른 경제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박사는 "엔저로 설비투자가 영향을 받을수 있으나 추가절하는 없을
것으로 보여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정점을 지나가는 상황에서 설비투자가 위축될 경우
경기연착륙에 어려움이 빚어질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단순히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투자보다는 생산성향상을 위한
투자의 질적고도화를 추구해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
했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