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문권기자]한은 부산지검 지폐절취사건은 지난해 4월26일 사건이 적
발된뒤 강화중 당시 부지점장(47.연수중)이 다음날 직접 김명호총재에게 보
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씨가 다량의 지폐를 절취하려 했다는 사실도 본점에 보고됐던 것으로
드러나 사건의 축소,은폐가 지점이 아닌 본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
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김총재등 본점 결재선의 고위간부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불
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오후 3시께 부산중부경찰서에 강부지점장과 함께 출두한 박덕문 당시
지점장(52.현 본점계리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전화로 본점에 사고사실을 직
접 보고했고 다음날 오전 9시께 강부지점장이 비행기편으로 상경,본점 인사
부장과 비서실장,발권담당이사에게 사고내용을 보고했으며 총재에게도 직접
서류를 들고가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당일 편과장을 통해 사고사실을 보고 받았으며 김씨가 7천2백65
만원을 훔치려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5만원만 김씨 호주머니에 있었고
나머지는 기계안에 있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절취로 볼수 없어 사고금액으
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액만 밝히지 않았을 뿐 기계
내에 손상권이 다량 남아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보고서에 적어 넣었다"며
축소보고설을 부인했다.

범인 김씨의 증권거래 내역이 적힌 장부에 대해서는 "본 적도 없다"며 "단
지 어느 직원이 봉투를 들고 와 김씨의 사물이라고 해 강부지점장에게 확인
시킨 결과 증권익금표가 나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당일 대책회의에 대해서는 "보고서에 지점장과 부지점장,정사과장
등 3명의 날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였을 뿐"이라며 그 자리에서 축소.은폐
를 논의하거나 결정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중부경찰서는 이들이 축소.은폐 의혹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김태영씨(40)의 범행 발각 당시 5만원만 훔친 것으로 축소보고 한 배경과
편봉규 당시 정사과장(46)으로 부터 김씨의 증권거래 내역등이 적힌 장부
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이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 추궁
하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부지점장 강씨및 편과장과 함께 적발 당일 대책회의를 갖고
축소보고를 직접 지시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한은 본점으로 부터 당시 사고조사 보고서와 징계보고서등
관련서류를 제출받아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일단 박씨등 2명을 허위공
문서 작성및 행사 혐의로 입건,조사한 뒤 축소.은폐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의
지휘를 받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김명호총재는 이날 "사고 다음날인 94년4월27일 강화중당시부산지점
부지점장으로부터 구도 보고를 받은 기억이 있다"며 "그러나 사고금액 5만
원이외에 기계안에 손상권이 더 있었는지 여부는 보고 받지 않았다"고 밝혔
다.

그는 또 "강부지점장의 보고를 바독 부총재에게 본점차원에서 조사하도록
당연히 지시한 것으로 기억되고 며칠뒤에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때문에
출국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