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전문생산업체인 국제종합기계 옥천공장.이 공장에선 매일 오전
10시면 공장장이 부하직원들을 찾아 나선다.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기 위해 각 부서를 순회하는 것. 직원들은 결재를
받기 위해 기다리지도 않는다.

책상위에 결재서류를 올려놓고 자기 할 일에 몰두한다.

이른바 "방문 결재"시스템.국제종합기계 옥천공장이 "신생산혁명"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3제로 작전"가운데 하나인 "낭비제로"
작전이다.

옥천공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3제로 작전"의 타깃은 <>낭비제로
<>불량제로 <>지연제로. 먼저 "불량제로"를 위해 이 공장에서 도입한 것은
"라인스톱제". 불량품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장 종업원이면 누구나 라인스톱의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생산라인에 각각 부착된 노란색과 빨간색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노란 버튼은 일시정지용이다.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결함이 발견됐을 때 일부 라인만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빨간 버튼은 비상정지용으로 사용한다.

근로자들은 제품이나 부품에 큰 결함을 발견하면 빨간 버튼을 누른다.

이 버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면 부품납입부터 최종제품 출하까지
전공정 라인이 올 스톱된다.

지난달 콤바인 조립라인에서 빨간 버튼이 울린 적이 있다.

완성된 콤바인에페인트칠을 하는 도장과정에 문제가 생겨서였다.

콤바인 표면에 바늘구멍만한 흠이 3개 발견됐다.

얼핏 봐서는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라인을 세우고 도장공정을 재확인했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4시간 동안 전공정은 대기상태였다.

이런 철저한 관리 때문에 과거와 같이 자신이 맡은 라인에서 불량품이나
결함이 발생해도 슬쩍 넘어가는 양심불량은 자취를 감췄다.

"과거엔 사소한 실수가 3-4단계의 공정을 무사통과해 중대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땐 모든 라인을 멈춰야 하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겨우 막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조립팀 박현식차장).

"라인스톱제"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백50여개의 협력업체들에까지 여파가 미쳤다.

조립라인에서 작업을 하다 불량부품을 발견하면 그 즉시라인을 세우고
부품을 납품한 업체에 통보하기 때문이다.

불량품을 공급한 업체는 협력업체가 아닌 "비협력업체"로 낙인찍힌다.

당연히 납품업체의 품질관리도 철저해진다.

"불량제로"가 착실히 진행되면 "지연제로"작전은 이미 반은 달성된 셈이다.

양질의 부품이 제때에 도착함에 따라 생산라인의 흐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나머지 과제는 공정간의 유기적 연결. 이 문제의 해결사는 "흐름생산"방식이
다.

공장측은 라인 투입을 위한 대기물량을 줄이기 위해 내부 물류시스템을
개조했다.

불필요한 "지연"이 금세 사라졌다.

이 공장은 "3제로 작전"을 통해 좀체 올라서기 어려울 것만 같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해 4년만에 흑자(30억원)를 낸 것. 이 작전 실시전 하루 평균
20대였던 콤바인 생산량도 현재는 40대로 늘었다.

또 제품에 대한 클레임 발생비율도 93년 3.2 5%, 94년 2.0 8%, 올 상반기
0.1 8%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국제종합기계 옥천공장은 "3제로 작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고객 불만족 제로"라는 네번째 과제에 도전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옥천=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