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석 <투자금융경제연 연구위원>

최근 시중의 실세금리가 연일 하향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은행들의 신탁
수신금리 인하도 뒤따르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자금 이동이
주된 원인이겠으나,우리나라의 금리자유화등 금융개혁조치가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는 증표로도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일순 든다.

그러면서도,그간 비교적 하방경직적 행태를 보여 온 은행대출금리에
생각이 미치고,91년의 금리자유화 추진 이후 94년에 이르기까지
은행예대마진이 비록 소폭이나마 꾸준히 확대되어 온 사실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금년중에도 정책 자금 대출금리의 추가적 인상및 최근의 신탁수신금리
인하등으로 예대마진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여 본다.

미국등 금융선진국의 금리자유화가 은행예대마진의 축소및 이로 인한
영업수익 감소로 나타났던 사례에 부추어 놀라운 현상이 아닐수 없다.

금리 자유화의 성과 즉,금융효율 제고정도를 측정하는 유력한 지표중
하나가 예대마진의 축소 폭이기 때문이다.

은행산업 내부에서 원인을 찾아보기로 하자.비교적 경쟁이 치열한
예금시장에 비하여 대출시장은 여전히 초과수요상태에 놓여있고 그
결과로 수신금리 상승분이 여신금리 상승으로 직결,기업에의 비용
전가가 용이한 점을 들 수 있겠다.

미국등 선진국 은행들이 준완전경쟁적 은행대출시장의 존재로 인해
금리자유화에 따른 대부분의 조달비용 상승분을 대폭적인 인원삭감및
기계화등 각종 경비절감으로 자체흡수했던 것과 대조된다.

80년대 전반중 은행등 금융기관의 무더기 도산사례는 아직도 기업에
생생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비용절감등 경영효율화 노력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와
미국간 현금출납계원의 보수 비교에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역설적이지만 최근의 금융겸업화 내지 은행권의
적극적인 업무영역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 은행드리 기업대출 이외에도
유가증권 투자등 자금운용처를 크게 다양화한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은행대출시장을 효율적으로 기능케 한 최대요인이 대출고객의
확보를 둘러싸고 항시 자본시장및 기업어음시장과 경쟁적 긴장관계에
놓여 있었다는 점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오히려,우리나라의 기업어음시장이 그간 사금융자금의 양성화및 산업
자금화를 통해 기업자금조달경로의 다양화에 일조 했음에도 80년대
중반이후부터 은행대출업무와의 유사성(정확히는 경쟁성 내지 경쟁
우위성)시비로 동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최근에는 은행의
업무영역 확대차원에서 동 시장 직접 참입문제가 일부 제기되고
있음은 본말이 전도된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다.

다만,최근의 증권사.투신사간 업무영역 개편이나 내년중 예정인
투금사.종금사간 업무영역 통합은 그간 복잡다기화된 직접금융시장의
내연및 외연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금융효율성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그간의 금융자유화및 겸업화 논의에서 거의 배제되어 온
금융분업주의의 금융경제사적 의의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영국및 미국등 선발자본주의국에서 채택한 금융분업주의는 이들 국가의
발달된 실물경제및 이에 따른 금융다양화 요구에 입각한 것으로 직접금융
과 간접금융간 균형발전및 공정경쟁에 의한 금융겸업주의가 실물경제
미발달및 이를 반영한 은행위주의 간접금융 발달로 귀착되고 오늘날까지도
이들 국가의 직접금융 특히 자본시장 발달이 미진한 것고 잘 비교된다.

"소무난 잔치 별것 없다"고 한다.

80년대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미국및 일본등의 금융겸업화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간접금융과 직접금융간의 엄격한 분리체제가 계속
유지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신규로 창설되는 국내시장업무나 국제금융시장업무의 금융기관간
공동취급 허용을 제외하고는,이종업종 상호간의 직접참입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자체의 불안정화를 우려하고 있고 장래의 귀결점은 자회사
형태에 의한 이종업종간 상호진출로 진입장벽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아닐까 성급히 예상하여 본다.

오용석 < 투자금융경제연 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