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집권 전반기 경제운용은 금융실명제로 대표되는 개혁조치를
단행했다는 자체만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또 경제성장률이 연 9%를 넘을 정도여서 성과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줄만
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옛 정권과는 달리 문민정부라는 태생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93년8월에
실시한 금융실명제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사회적인개혁의 상징이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와 더불어 개혁의 두축으로서
경제정의 실천을 위한 파수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명제가 초기에 적지않은 혼란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집권초반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특정인물에 대한 사정과 맞물려
저항에 부닥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경제실적면에서는 성장률이 9%를 웃돌정도이고 시장실세금리도 연12~13%대
의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낮아져 일단 좋은 수확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초부터 계속된 엔화강세라는 외생적 요인이 있었으나 경제전반은 순항을
했다고 평가할만하다.

현정부가 내건 규제완화도 방향설정면에서는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일부 대기업과 비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갈등은 최근
대통령과 대기업총수들과의 회동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후반기로 들어서면서 경제여건도 바뀌고 그간에 진행된 경제
조치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완화 작업이 성과없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수천건의 규제를 풀었다고 주장하지만 기업활동이나 국민생활에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해소됐다고 보는 측은 그리
많지 않다.

건수위주의 전시행정에 치중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경제여건도 바뀌고 있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면서 점차 내리막길로 들어설 공산이 크다.

호황기에도 잇단 부도로 몸살을 앓은 중소기업들에는 더 힘겨운 시절이
될수 있다.

경기를 순조롭게 연착륙시키면서 호황의 양지에서 비켜나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집권후반기중 선진경제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예정
이다.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경제구조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실질적인 규제완화작업과 함께 개혁조치의 착근, 그리고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이 집권후반기에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