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인용되는 말이지만 A G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 의하면 외교란
"조국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애국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T 워튼은 대사란 "국가를 위해 해외에서 거짓말을 하기위해 파견된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째서 외교관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가에 대해 G B 쇼는 "외교의 원리가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서는 안되는 것이라면 결국 외교관은 거짓말을
할수밖에 없지않느냐"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외교관이 거짓말을 잘 한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외교관이란 속마음을
들어내서는 안된다는 말이 된다.

정부간 교섭에 있어서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어느 선에서 절충
하느냐는 문제는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외교관은 자기 생각은 감추고 상대방의 속셈을 암중모색하게 된다.

외교관의 말은 신중하고 언질을 잡히지 않으며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외교사령"이란 말이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뉴욕타임스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T 레이니주한 미대사는 주한
미군의 범죄를 둘러싼 한미간의 갈등을 "범죄 그 자체보다 무책임한
한국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한다.

그는 그 사례의 하나로 지난 5월 서울지하철역 구내에서 발생한 미군과
한국시민과의 충돌사건을 들고있다.

그는 한국국민은 이 사건을 술취한 미군들이 한 한국여성을 희롱하는 것을
제지한 선량한 시민을 폭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에 그는 미국인들은 미군과 국제결혼한 한 한국여성이 상황을 설명
하자 몇사람이 이 여자에게 침을 뱉고 폭행함으로써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에는 양면성이 있고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으로 흑백을 가리기전에는 진실은 알수없는 일이다.

다만 불평등한 조항을 시정하려는 한미행정협정개정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레이니대사가 이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끌게 한다.

그는 30여년간이나 한국과 인연을 맺어온 지한파로서 신학자이고 인권운동
의 열렬한 신봉자로 알려져있다.

그런 레이니대사가 사건의 원인을 호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으며 더구나 그 원인을 "한국언론의 선정보도 탓"으로 돌렸다는
사실도 잘 납득되지 않는다.

레이니대사의 속 시원한 해명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