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지점에서 고객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은 물론 비밀번호까지
제시하면서 분실신고된 증권카드로 주인몰래 돈을 찾아갔던 사람이
그중 일부를 다시 입금해준 아리송한 사건이 발생.

동방페레그린증권 압구정지점은 지난달29일 고객 김모씨의 증권카드와
인감도장 주민등록증을 갖고와 비밀번호까지 밝힌 신원미상의 남자에게
김씨계좌의 예탁금 1천6백50만원을 지급.

김씨의 증권카드가 바로 이틀전인 27일 분실신고가 됐던 것이었는데
동방페레그린측은 인감도장이나 주민등록증은 분실신고가 안돼있고
비밀번호까지 제시하는 바람에 돈을 내주게됐다고 설명.

하지만 이달 중순께 계좌잔고통보를 받은 김씨가 이의를 제기,문제가
됐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김씨의 돈을 찾아갔던 사람이 출금 5일뒤
김씨계좌에 당초 찾아갔던 1천만원짜리 수표를 그대로 재입금한 것.

그는 또 모은행에 김씨명의의 통장을 개설,나머지 6백50만원(수표
4백50만원)을 입금시킨뒤 현금카드로 그 돈을 다시 찾아가는 "돈세탁"도
했다고.

동방페레그린증권은 증권카드 분실신고를 받고도 확인절차를 거치지않고
돈을 내준 잘못이 있는데다 마침 터진 동사 이형근대리피살사건에 겹친
또다른 물의를 피하기위해 지난23일 서둘러 김씨에게 6백50만원을
지급하고 사건을 마무리.

그러나 돈을 찾아간 사람이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은 물론 비밀번호까지
정확히 알고있었던데다 돈의 일부를 재입금한 사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동방페레그린 직원들의 지배적인 반응.

<정진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