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를 달리던 한국 자동차산업에 "적색신호"가 켜졌다.

통상산업부가 29일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장기비전및 전략"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진로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는 최근 자동차 업계에 감돌고 있는 "위기설"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을 만하다.

통산부의 이같은 진단은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이 앞으로 위축될 예상인
데다 현재의 경쟁력 수준으론 수출확대를 기대하기도 쉽지않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한국 자동차산업은 내수나 수출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는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국내 자동차산업은 몸집에 비해 경쟁력이 너무 취약하다는게
통산부의 지적이다.

한국의 세계 자동차 생산비중은 지난 80년 0.3%에서 94년 4.4%로 외형상
급신장했으나 수익성 기반은 형편없어 지속적인 설비확대와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게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율은 지난 88년 3.3%에서
최근 1%이하로 추락했다.

또 제품기술면에서 미국 일본등 선진업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전자화 <>신소재 <>정밀화학등 자동차관련 첨단기술 응용분야에선 현저히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게다가 자동차 한대당 평균조립시간은 30.3시간으로 일본(16.8시간)
미국(25.1시간)에 못미친다.

공장자동화율도 21.7%에 그쳐 일본의 38%와 미국의 30.6%, 유럽의 32.8%
보다 크게 낮은 실정이다.

제도상으론 국내 자동차 세금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각각 10배와 2.3배나
많다는 점도 한국 자동차업계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통산부는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외국의 수입
장벽도 까다로워져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는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국내 자동차시장이 더이상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비관적인 전망의 근거로 제시됐다.

자동차 내수시장은 올해부터 오는 2000년까지 연평균 6.6%, 그 이후
2005년까지는 2.7%로 떨어질 예상이다.

소득증대에 따라 승용차 소비패턴이 대형화 고급화되겠지만 전체적인
내수규모는 성장둔화 내지 정체가 불가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업체간 경쟁심화를 초래해 경영여건은 악화될수 밖에
없다는게 통산부의 설명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지난해 삼성의 승용차사업 신규진출
때와는 통산부의 시각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통산부는 당시 자동차 내수와 수출전망이 밝다는 전제하에 경쟁을 통한
체질개선을 강조하며 삼성승용차를 허용해 줬었다.

그러던 통산부가 1년만에 "자동차산업의 위기"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지않느냐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어쨌든 통산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기술력 선진화
<>부품산업 육성 <>제조설비 국산화 <>능동적인 통상정책등을 제시하고
이를 산업정책심의회등에서 확정해 시행키로 했다.

"어떤 산업이든 잘 나갈때 위기대처를 준비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보면 통산부의 이번 전략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