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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 연구원 쟈크킬비의 집적회로(IC)발명으로 반도체
시대가 개막된지 37년.세계 반도체시장은 94년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돌파했고 97년에는 1천9백66억달러에 달할 전망(세계반도체무역통계)이다.

지난 한세대에 걸쳐 불려온 등치만큼을 단 3년만에 키워내며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반도체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5회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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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에 경기사이클이 사라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중심으로 2년마다 호황,불황을 반복한다고
해서 "올림픽 사이클"이라고도 불리는 반도체의 "실리콘 사이클"은
이미 고전이 돼 버렸다.

지난 85년이후 10년 연속성장을 기록한 반도체시장의 올해 예상성장률은
전년대비 39.7%.96년에는 급증세가 한풀 꺽여 18.7%의 성장률을 기록한뒤
97년(16.3%),98년(18.6%)을 거쳐 오는 2000년대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장기활황을 떠받치고 있는 최대 원동력은 PC시장이다.

현재 전세계 총 반도체 생산량중 25%가 PC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만
봐도 알수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총 4천7백만대가 팔려나간 PC는 오는 2000년에는
"1억대"를 돌파할 기세다.

내년에는 "팬티엄+윈도즈95"의 콤비가 무르익으면서 PC 1대당 메모리
사용량을 24메가바이트 수준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양적팽창과 질적향상이 맞물려 PC의 반도체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뿐 아니라 세탁기와 트럭까지 반도체가 안 끼는데가 없다.

BMW차에는 무려 54개의 마이크로컨트롤러칩이 들어간다.

미국가정에는 가구당 평균 50개의 마이크로컨트롤러가 갖가지 전자제품
속에 숨어있다.

이동전화도 반도체를찾는 단골손님으로 빼놓을 수 없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셀룰러방식의 이동전화 출하대수는 99년에
연간 1억대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를 전망이다.

지난해(2천7백90만대)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반도체수요 증가의 "파란불"을 신호로 세계 반도체업계는 설비투자전쟁에
돌입했다.

대만의 신죽첨단단지에서 미오레곤주 포틀랜드,스코틀랜드의 실리콘글렌
까지 반도체업체들은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가며 월 수백만개의 칩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지어대고 있다.

앞으로 2년내에 1백개의 반도체 공장(기존공장증설 포함)이 새로
들어서게 된다는 통계만 봐도 설비투자붐의 정도를 짐작할수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2백20억달러에 달했던 세계 반도체업계 자본지출도
올해3백5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일본업계.

지난 90년대초반 과잉생산을 우려하면서 "축소지향"투자전략을
구사하다가 메모리분야에서 한국에게 추월 당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후지쓰는 지난 5월25일 미오레곤주에 10억달러를 투입,D램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한국 현대전자가 같은주에 비슷한 규모(13억달러)의 반도체공장을
설립키로 결정한지 불과 이틀만이었다.

양국간 치열한 투자경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반도체 업체들이 아직은 자본투자에 있어서 멀찌감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칩메이커 인텔은 설비투자에서도 단연 1위이다.

인텔은 올 한햇동안 계획하고있는 설비투자규모는 35억달러.

인텔을 비롯한 미국업체들이 올해 계획중인 설비투자규모는 총 2백20억
달러로 세계전체의 37%.

반도체업체가 앞다퉈 공장신축에 달려들면서 "부지선정"도 사업의
주요전략이 됐다.

큰 업체가 들어서 좋은 생산환경을 꾸며놓으면 군소업체들도 따라
모여드는 "군집효과"가 두드러진 업종이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미오레곤주가 최적의 반도체공장 부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인텔이
반도체에 적합한 인프라스트럭처를 다져놓은 탓이다.

그러나 반도체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어디에"보다는 "언제"
짓느냐는 문제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침체기에 한번 실수하면 10억달러단위의 엄청난
돈이 고철덩어리에 잠겨버리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를 정확히 짚어내 적정한 판돈을 거는 "고난도의 게임".

여기서 얼마나 따내느냐가 증설바람에 휩싸인 현재 반도체산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인 셈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