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나날이 악화일로에 있는 교통문제가 경제사회활동의 발을 묶고 물류
비용을 비정상일 정도로 앙등시킬뿐만 아니라 시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정도로 배출가스오염을 확산시키고있다.

정부는 이같은 현실에 직면하여 이제까지와는 달리 교통정책적 발상에서
자동차세제를 통해 접근방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인바 있다.

얼마전 서울시가 주행세 도입을 주장한데이어 정부와 민자당은 승용차
운행에 따른 비용을 주행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유류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격인 교통세율을 대폭 올리고 자동차세는 크게 경감해주는
자동차 관련세제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된바 있다.

그러나 그 며칠뒤 정부는 그러한 주행중심의 자동차세제의 개편을
유보하고 그동안 곧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던 차고지 증명제의 도입마저도
98년이후로 연기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부의 행정관리능력이 교통부문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뒤져 있는것이
우리가 직면한 자동차대중화( motorization )시대의 교통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날로 악성화 되어가는 교통문제에 대해 정부가 구조적 대책의 불가피성을
자각하고 자동차관련 세제의 개혁적 개편을 추진할것으로 믿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기존체제의 논리를 타파하지 못하고 정치적 타협성에
의해 정책의지는 실종되었다.

현재와 같은 고질적 교통문제가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현재와 같은 전근대적인 자동차관련세제를
시급히 선진구조로 개편하는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의 저유가정책하에서 자동차의 주행단계에 필요한 부담이 취득
보유단계의 것과 비교할때 현저히 낮은 것은 과다한 차량이용을
유인한다.

특히 오염가스를 훨씬 크게 배출하는 경유차량이 보유와 주행단계
모두에 있어서 저렴한 비용을 갖는것은 원인자부담원칙과 조세의
형평성이 모두 무시된 상황이다.

우리의 자동차관련세목은 보험료를 포함할경우 무려 15종에 달한다.

각세목이 고유한 세정목표와 관련되어 설정되었다기 보다는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그때그때 추가되었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할뿐만 아니라
교통정책도 반영되기 어렵다.

특히 특소세 부가가치세 취득.등록세등의 다단계를 거치면서 세금이
2중 또는 3중으로 가중되어 부과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관련세가 거의 자연발생적이다시피 복잡하게 다원화되어
있고 또 그와 관련하여 세율구조가 중복성을 갖기 때문에 세정을
교통정책과 함께 병행하여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또 다른 문제는 자동차관련 세정이 교통재정체계에서 제위치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세수총액에서 자동차 관련세수의 비중은 15.1%에 달하고 그
중에서 지방세는 25.1%에 불과하다.

현대 산업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통체계의 확충이 기초가 되어야
하고 교통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기능 못지않게 지방정부의
계획사업이 중요하다.

교통망의 발달수준이 높아질수록 지방차원의 시설계획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이처럼 교통투자재원 수요에 있어서 중시되어야 할 지방정부 세수가
제몫을 가질수 없는것은 규모가 가장 큰 교통세가 송두리째 국세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자동차관련 세제를 개혁적 사고에서 손대지 않으면
안될 단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첫째로 자동차이용비용이 취득 보유단계에서 보다도 주행단계에서
더욱 크게 부담되도록 교통세율을 인상하고 혼잡세나 통행료의 활성화를
독려하는 것이다.

교통세의 인상폭은 그야말로 대폭적이어야 한다.

현재 선진외국 2분1~3분의1에 불과한 국내 경우가격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 경유 교통세율은 현행 20%에서 250%수준으로, 그리고 휘발유
교통세율은 현행 170%에서 300% 이상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 필요하다.

경유가격의 인상에 대해 정부는 버스요금의 인상압력과 물류비용의
앙등을 걱정하고 있는데 승용차용도가 아닌 산업용 경우사용에 대해서는
차등가격의 일종인 세금환급의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결국 정책의지에 따라서 경유 교통세의 차등화문제는 불가능할 정도의
걸림돌이 아닌 것이다.

둘째 대폭적으로 증대된 교통세수는 과감히 지방세수로 할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교통부문은 미시공간적 작용에 거의 좌우된다.

통행의 공간및 시간적 집중이 두드러진 도시교통에서 더욱 그러하다.

도시지역에 있어서 지방정부가 도시교통시설 계획을 수행할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재정기반하에서 교통문제의 효율적 관리는 불가능하다.

서울을 위시한 우리나라 대도시가 지하철과 같은 대량 고속대중교통을
선진국에서는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 중앙정부의 지원없이 추진해 온
것이나 지방정부 몫의 교통세수가 형편없이 낮은 것은 교통투자행정의
후진성과 비효율성을 나타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관련 각종 조세가 무원칙하게 난립된 현행 세제를
선진국의 예를 참조하여 4~6종류로 단순화시키고 과세목적에 맞게
세율과 등급을 조정함으로써 정책세정을 수행할수 있는 기능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