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저 문학동네간 6,000원 )

저자의 첫 장편소설.

소방관에 대한 내밀한 묘사, 유려하고도 명징한 문체, 추리방식의 이야기
구조, 질긴 사유의 힘등이 어우러진 보기드문 관념소설.

어려운 임무를 끝낸 소방대장이 귀가해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누리는
잠깐동안의 행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역설적으로 이러한 행복을 둘러싼 광대한 불확실성과
위험에 주목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은 죽을때까지 자신이 나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결국
쳇바퀴만 돌다 허무하게 죽고마는 다람쥐의 그것에 불과할 뿐임을 말하고
있는 것.

해설에서 서울대 김윤식교수는 ""열하일기" "구운몽" "회색의 의자"에서
최인훈씨가 보여준 마음의 조바심이 분단상황을 넘어서려는 상상력이었다면
김훈씨의 그것은 인류문명에 대한 비판적 사유라는 점에서 농경사회적
상상력"으로 풀이했다.

작가는 현재 "시사저널"편집국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