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는 테니스 치는 일이다.

이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필자가 속한 상록 테니스 회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록테니스 회원들은 매주 주말만 되면 산림청에 모여 3시간 내지 4시간
정도 테니스를 친다.

휴일도 주말에 준해서 테니스를 친다.

땀으로 범벅이 되는 삼복의 더위 속에서도, 파커로 무장해야 하는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테니스 치는 일은 어김없이 계속된다.

또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고 해서 테니스를 중단하는 일은 결코 없다.

비가 오면 실내 코트를 찾고,눈이 오면 코트의 눈을 쓸어서라도 친다.

단 하루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정월 초하루이다.

이날 만은 테니스 치는 일을 중단한다.

테니스를 치고서는 산림청 앞 로타리 음식점에 모여 미모의 이분순사장이
만드는 저녁을 먹으면서 환담을 나누는데 이 시간은 테니스 치는 일
못지않게 재미있는 시간이다.

대개 밤 9시까지 환담을 나누는데 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건이
회장 개선에 관한 건이다.

환담 결과를 항상 유임으로 결정되지만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그치지 않고
매주 계속된다.

그만큼 상록테니스 회장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회원들이 많아서이다.

상록회 역사가 20년 가까이 되어서 거쳐간 회원도 많지만 무엇보다 기금이
만만치 않게 적립되어서 모든 회원들의 관심 사항이기 때문이다.

현 상록회 회장은 산림청 감사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하용호 이사관이다.

하회장은 산림청에 테니스를 치기 위해서 다닌다고 할 정도로 테니스에
열성적이다.

바로 이 점이 계속 유임되는 이유이다.

회장은 자신을 총리급 회장 임을 항상 강조한다.

회원중에 장관을 지낸 사람이 세사람 씩이나 되기 때문이다.

고건 손수익 허신행 전장관들이다.

그밖의 김구 극동상공 사장 국찬표 서강대교수 김충환 강동구청장 김흥래
지방행정연수원장 나종일 경희대교수 노병인 전남도산업국장 문창수
전 전남지사 민병진 서울치과병원원장 박기종 국무총리실부이사관 박무익
갤럽소장 안영섭 명지대교수 원병희 MBC국장 이균범 전 전남지사 이순우
대한상사중재원원장 임강원 서울대환경대학원장 정현채 경희대교수 조용철
동아일보위원 조원지 국세청서기관 최홍건 공업진흥청차장등이 회원이다.

이중에서 가장 열성적인 회원은 고건 현 명지대총장이다.

1년중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상록회 우등생이다.

자칭 상록회 구단주이다.

청백리로서 알려진 고건 총장이 상록회 구단주로서 행세하는 경우 꽤 많은
재산을 등록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 회원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