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세대문학의 기수이자 대표적 저항시인으로 80년대말부터 매년
노벨문학상후보에 오르고 있는 뻬이따오(북도.본명 조진개.46)의 시와
평문을 소개한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고려원간)이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북도는 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지금까지 독일등지에서 망명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반체제운동가.

중국현대시의 주요장르인 "몽롱시"의 대표시인으로 구미쪽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가 쓴 몽롱시의 역사는 70년대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6년 모택동 사망이후 문화대혁명(66~76)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문단에도 "상흔문학"이란 이름의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상흔문학은 50년대말 러시아의 "해빙기문학"처럼 과거의 정치적
독재와 횡포등 온갖 부정적인 측면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몽롱시는 바로 이러한 상흔문학의 시적형태로 그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애매모호성 우회성 난해성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80년대초 활발했던 몽롱시논쟁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이해할수
없는 시"라고 비판받을 만큼 난해한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그속에는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깔려있다.

또한 그의 시는 서구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기법상
중국고전시의 독창성을 유지,중국현대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책은 87년 광주에서 출간된 "북도시선" 제2판을
중문학자 정우광씨가 번역한 것이다.

제1부에서는 70년부터 78년까지의 초기저작인 "미소 눈송이 별""냉혹한
희망""회답""태양이란 도시에서의 메모들"등 12편의 시가 선보인다.

이들 시에서는 북도가 필름몽타주기법이라고 부른 이미지들의 병치와
해체,반복과 변화의 대조적인 사용등 새로운 표현형식을 찾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특히 "회답""온갖것"등은 시인세대의 비이성적인 삶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절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2부에는 79~83년 씌어진 40여편의 시가 들어있다.

북도는 이들 시에서 당시 금기시되던 남녀간의 사랑을 과감하게
읊음으로써 연애시를 새로운 저항시 양식으로 개척한다.

또한 과거의 전통이나 역사,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시의 주제를
넓히지만 어조는 점차 절망적이 된다.

온갖 부정이 횡행하는 절망적 세상에서 느낀 소외감의 표현인 셈.

제3부는 83~86년작을 소개한다.

23편으로 이뤄진 연작시 "백일몽"을 비롯한 이때의 시들은 제2부
말미에 실린 작품에서 나타났던 절망의 구렁텅이로부터는 한걸음
빠져나와 있다.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지만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들이 부분적으로
등장한 것. 북도는 시외에 소설도 다수 집필,"파도""원고지 위의 달빛"등
중.단편집을 내놓았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