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을 놓고 찬반논란이 일고있다.

기업인지도가 높고 마케팅력이 뛰어난 대기업과 제품생산능력만 갖춘
중소기업간의"공생"적제휴가 OEM에 대한 긍정적시각인 반면 대기업들이
손쉽게 신규사업에 뛰어드는 편법으로 OEM이 이용되고 품질관리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반대의견의 이유다.

어찌보면 해묵은 논쟁인 OEM논란이 최근들어 재연된 것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식혜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5월 비락이 캔음료로 선보인 식혜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식품
업체들은 너도나도 식혜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칠성음료해태음료 한국코카콜라 제일제당 해태유업 남양유업
동원산업등이 지난해말부터올해초 모두 식혜를 내놓았다.

이들 대기업들은 식혜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확신할수 없었기
때문에 OEM방식을 선택했다.

장사가 안될 경우 OEM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면 되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자체설비확보를 회피한 것이다.

식혜판매업체는 현재 40여개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비락식혜가 나온지 불과 1년만에 식혜판매업체들이 이처럼 늘어나자
OEM업체들의 공급능력에 문제가 생겼다.

식혜시장이 연간 2천억원에 이를 정도로급팽창하면서 식품업체들은
OEM업체를 놓고 대격전을 벌였다.

확보물량이 곧매출액이라고 할수 있을만큼 수요가 탄탄대로를 달리자
"마구잡이식" OEM계약마저 성행했다.

그러다보니 일부식혜제품에 문제가 생겼다.

일부업체의 경우 제품품질이 조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혜밥알이 상한
제품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업체의 품질심사에서 탈락한 중소업체가 다른회사의 OEM업체로 선정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정부에서 식혜규격을 정하겠다고 나설만큼 식혜품질은 논란거리가 됐다.

전통음료중 유일하게 성공한 식혜가 판매업체난립과 품질저하로 소비자들
의외면을 당할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식품업계에 팽배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8월중순 분당 5백개의 캔식혜를 생산할수 있는 라인을
설치했다.

OEM으로 제품을 공급받던 금해와 삼미식품에 대해서는 부족물량만 받는
쪽으로 바꿨다.

비락은 아직까지 생산규모와 구체적인 시기등을 결정하지 못했으나 내년중
자체라인을 만든다는 쪽으로 원칙을 정했다.

비락 마케팅실 김진철유통사업담당과장은 "본사직원들이 상주하면서
품질관리를 엄격히 하고있어 아무런 문제가없으나 일부업체의 무분별한
제품생산으로 OEM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있다"며 "안정적 물량확보와
품질표준화를 위해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EM방식으로 공급받은 제품이 일부 소비자들에게 "불량식품"으로 인식되는
데에는 대기업들의 탓도 크다.

지난4월에는 제일제당 "고구마당면"과 미원 "민속당면골드" 동방유량
"해표당면" 등의 제품에 공업용접착제원료인 타피오카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혹을 치뤄야했다.

이들 제품은 OEM방식으로 공급받은 것들이었다.

경쟁업체에서 오랜 개발노력끝에 만들어낸 히트상품을 견제하기 위해
유사상품을 서둘러 OEM방식으로 판매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경쟁업체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유사상품을 빨리 내야 한다는
성급함은 OEM업체에 대한 품질관리 소흘로 나타날수밖에 없다.

식혜 숙취해소음료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OEM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마케팅력이 있는 대기업들과 생산라인만을 갖고있는 중소업체들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중 하나가 OEM"(오뚜기식품 김승희이사)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으로서는 자사의 유통망과 마케팅력을 활용하고 중소제조업체들은
판로에 대한 걱정없이 제품생산에만 주력할수 있는 산업협력이라는 얘기다.

OEM은 현재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있다.

브랜드이미지가 판매경쟁의 주요관건으로 떠오르면서 무명중소기업들의
판로확보는 갈수록 벽에 부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 반면 제품생산투자비는
오히려 증가해 자체생산부담이 커지고있다.

유명대기업의 브랜드와 판매망을 이용하려는 중소기업들과 투자리스크를
줄이려는 대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OEM이 확산되고있다.

제일제당은 스파클 스내플등 일부 음료제품과 당면 고추장 된장등을
중소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있으며 미원도 냉동식품 장류제품등을 외부에서
조달하고있다.

해태제과는 스낵제품과 아이스크림 냉동식품들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생산
제품이다.

오뚜기식품은 당면, 국수등 면류제품을 OEM으로 공급받고있다.

대부분의식품업체들이 주력상품을 제외하고는 OEM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하고 있다.

업계는 품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공식품의 특성상 OEM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수 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품질에 하자가 생길때마다 도마위에 오를수밖에없다.

중소생산업체들이 품질향상에 힘쓰는 동시에 제품을 공급받는 대기업들이
품질관리에 힘을 쏟아야만 OEM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줄일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승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