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출범후 행정규제완화가 추진되어 왔으나 국민과 기업의 기대에
못미쳐 이제는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법과 제도자체를 무효화하는데
법조계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공선택의 법경제 이론가이며 미국 법관들의 시장경제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미 조지메이슨 대학 법대학장인 헨리 매니 교수가 지난 29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위한 정부3부의 역할"
국제 심포지엄에서 밝힌 시장경제창달을 위한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해석이다.

한국경제의 핵심적인 개혁과제의 하나인 정부규제 완화가 선진국진입에
필수적이며 거래비용을 낮추는 성과를 내야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주장은 그동안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효율증진과 분쟁해결을 위한 법조인들의 기소변론 판결등
법을 지키게 하는 활동이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에 부합되어야 규제완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다는 견해는 분명히 규제완화추진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주장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시장 경제는 복잡하고 동태적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

거래의 불확실성이나 시장참여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은 효과적인 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아래에서 거래비용을 높이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지는 지하경제를 심화시킨다.

국가가 합리적인 법제를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제도적 성역"이 깨지고 규제제정과 규제완화의 "정치적
과정"이 투명해 진다.

첫째 이제는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등 3부가 규제완화에
동참해야 한다.

입법부는 시장원리에 맞는 법만을 제정하고 사법부는 시장체제에 맞지
않는 기존의 법이 집행되는 것을 막아 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

특히 법원이 자유시장 경제체제에 반하는 법과 제도를 사법심사권에
의해 무효화한다면 담당공무원의 규제완화 추진에 능동성을 유도해
나갈수 있을 것이다.

둘째 법조개혁은 사법서비스의 공급확대와 더불어 법관들의 정치적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정치적 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규제완화가 기득권층의 반발이나 손해를
입을 계층의 반대때문에 이익집단의 정치적 활동을 더욱 강화시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소송 수요에 법조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료집단과 이익단체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며 비합리적이고 반시장적인 규제의 적용자체를 거부하는 사법심사기능
강화가 필수적이다.

독립적인 사법 심사권이야말로 시장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권과 계약
자유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보호할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셋째 사법논리가 자유경제 체제에 부합하고 경제적 사고방식에 의한
적절한 법적 결론이 도출되도록 법조인에 대한 경제지식 교육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경제교육이 변호사와 판사들에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유재산 수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요구,불공정과세에 대한
저항권,독점억제 경제규제에 대한 명료성 요구가 사회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이런 방향에서 법조계가 동참할때 행정규제완화는 새로운 차원에서
가속화될수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