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즈95를 이용해 신세계로 출발하자-"

윈도즈95 발표와 함께 빌게이츠 미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획기적인 윈도즈95의 기능으로 세계인 모두에게 윤택한 정보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자신에 찬 일성이었다.

그러나 게이츠회장이 연 "신세계"는 그 누구보다도 D램업자들에게
"윤택한" 삶을 가져다 주게 됐다.

윈도즈95 구입자=D램수요자"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윈도즈95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8메가,충분한 기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16메가D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까지 윈도즈95를 사들일 것으로 전망되는 PC유저는 줄잡아 1천5백만명.

앞으로 1년간 윈도즈95가 내장된 새 PC에 손길을 뻗칠 수요자는
6천5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새컴퓨터를 사든,기존PC에 용량을 추가하든 윈도즈95 고객들의 호주머니
에서 1인당 평균 2백달러가 메모리시장으로 흘러든다는 것이전문가들의
계산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는 D램.컴퓨터 작동과정에서 정보를
담아두는 기억장치 "메모리"가운데서도 수시로 입력과 출력이 가능한
것을 램이라고 한다.

D램과 S램으로 나눠지는데 D램은 S램에 비해 데이터 보존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반면 용량은 훨씬 크다.

이런 장점때문에 메모리중 가장 쓰임새가 많다.

성장율만 비교해봐도 D램의 인기는 확연히 드러난다.

D램시장의 연평균 성장율은 29.3%(94-98년).반도체시장점유율도 94년
32%에서 98년에는 약 39%로 7%포인트나 뛰어오르면서 1위의 자리를 더욱
확고하게 굳힐 전망이다.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올해 D램의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46%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에 건설중인 D램생산공장만도 14곳에 이른다.

그래도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

NEC가 내달에 착공할 스코틀랜드 D램공장의 올해 생산분 전량과 내년도
생산분의 일부가 이미 "입도선매"된 상태라는 점만 봐도 D램공급 부족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D램이 모자라 올해 PC출하대수가 당초 계획보다 1천2백만대나 줄어들
것이란 얘기도 나올 정도다.

현재 D램의 주력제품은 기억용량 4메가비트인 4메가D램. 4메가D램
생산은 올해 최고정점에 달해 총 생산량이 10억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를 고비로 16메가D램으로 옮겨가는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 같다.

NEC,히타치,도시바등 일본 대부분의 칩메이커들은 이미 생산라인을
16메가D램 시스템으로 재편하고 있다.

차세대를 겨냥한 64메가D램 양산체제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는 올 연말완공을 목표로 64메가D램 양산라인 신설에
착수했으며 일본 미쓰비시와 후지쓰도 각각 98년까지 64메가D램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64메가D램의 사용은 오는 97년부터 본격화,99년이후에는 16비트D램
생산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4에서 16,16에서 64메가비트로 D램의 용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리콘
웨이퍼위에 회로를 새길때 회로간 선폭을 좁히는 "미세가공기술"이 열쇠가
된다.

선폭이 미세화되면 일정 크기의 반도체 칩에 올리는 트랜지스터등
소자와 배선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16메가 D램에서는 0.5미크론,64메가D램에서는 0.35미크론이
최소선폭이다.

용량이 커 질수록 선폭은 더욱 미세화,2백56메가D램에서는 0.25미크론,
1기가 비트 D램에서는 0.15-0.18미크론의 초미세가공이 동원된다.

현재 삼성,NEC등 일부 반도체업체가 2백56메가D램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용샘플 출하는 97-98년,본격적인 시장출하는 2000년께야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D램은 용량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능면에서도 첨단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원이 꺼져도 기억이 보존되는 플래시메모리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으며
여기에 데이터의 고속재입력 기능이 추가된 F램(불휘발성 강유전성메모리)
개발경쟁에까지 불이 붙었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 20일 미램토론과 공동으로 F램 개발에 착수,오는
97년부터 1메가비트급 F램 시제품을 출하한다고 밝혔다.

사흘뒤인 23일에는 히타치도 2백56Kb급 F램개발을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윈도즈95 열풍에 이어 연말께 인텔에서 내놓을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
"P6"는 90년 등장이후 위로만 치솟아온 4메가D램의 성장곡선을 아래로
끌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4메가D램의 장기집권시대가 끝나면 기술발전의 가속화와 더불어 16메가,
64메가D램의 지배기간은 갈수록 짧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메모리업계의 구도는 기술전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생존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