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위원에 출마했던 대학부총장 한 사람은 기초의회에서 실시된
1차선출에서 탈락했다.

교육재정전문가인 교수 한사람도 역시 고배를 마셨다.

대학교수나 교육학자만이 교육위원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교육계
인사들은 이런 결과를 "충격적인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뒷소문이긴 하지만 그 부총장의 경우는 학교일에 쫓겨 대리등록을
시킨것이 "괘씸죄"로 작용했다니 기초의회의 위력이 실감난다.

역시 서울지역에서 출마했다가 시의회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는 잠시나마
30년동안 지켜온 교직의 자존심을 잊고 다수당의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한표를 구걸한 것을 후회하면서 금권과 당권선거에서 낙선된 것을 오히려
"다행한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전국에서 228명을 뽑는 제2기 교육위원선거는 정치판에서 처럼 과열양상을
보여 "돈봉투" "금노리개" "갈비세트" "홍삼선물세트" "옷감"이 오가는
타락선거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1기 선거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중간선제에다 정당까지 개입돼 그
혼란양상이 한층 더 심했다.

이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게 예상됐던 일이었다.

여론도 그점을 우려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지난7월15일 교육위원선출방식은 기초의회에서 후보2명을 추천하고
광역의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개정됐다.

정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금품수수나 정실개입의 위험이 있을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열어놓은 꼴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의 일부 옛날 중국에서는 "조선법은 사흘이면
폐지된다"고 조롱했다고 한다.

"선갑삼일 후갑삼일"이란 역경의 말처럼 제정하기에 앞서 깊이연구하고
결과를 잘 헤아려 신중을 기함으로써 과오가 없도록 해야하는 것이 법인데,
우리는 법개정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떻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또 한번 개정돼야 할 운명을 맞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에서 9월 정기국회에 내 개정은 근본적인 개선에
앞서 우선 필요한 실무적이고 행정적인 사항의 개정일 뿐이었다"는 당국의
발뺌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놓을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니 두고 볼 일이지만 개정안은
교육자치제를 실시하는 중요목적인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헌법제31조제4항)하는 틀속에서 마련돼야 한다.

"교육은 어떠한 정치적 파당적 개인적 선전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교육법 제5조)는 것이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다.

새 교육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그들은 각 교육위원회 별로 "학식과 덕망이 높은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 15년 이상인자"중에서 무등록 무추천 비공개라는 비현실적인
교황의 선출방법으로 교육감을 뽑아 일할 것이다.

왠지 교육개혁이 3년쯤 뒤늦어질듯한 예감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