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규모은행의 탄생을 알리는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합병 소식이 실직자의 증가와 재정난으로 허덕여온 뉴욕시 당국에 또하나의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뉴욕시당국의 고민은 두은행의 합병으로 뉴욕시에서만 480개 지점중 100개
정도가 폐쇄되고 수천명의 실직에 따른 세수의 감소.

지난 70년중반 이래 최악의 재정난에 시달리고있는 뉴욕시로서는 업친데
덥친격이다.

재정악화로 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채택해온 뉴욕시는 실직자의 증가가
세원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업체와 제조업체들이 과도한 세금부담을 피해 뉴욕을 빠져나가면서
일자리가 연평균0.6%씩 감소되고 있다.

미 전역에서 고용이 지난 25년간 연평균 1.9%씩 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직의 주요 원인제공처는 은행과 금융부문.88년 이래 실직한 은행원이
전체의 29%인 5만2천명에 달한다.

자동화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은행의 생산성이 향상된데다 이들이 세금이
낮은 곳을 찾아 월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스위스은행이 세율이 낮은 코네티컷주로 옮기자 뉴욕에선
1300명이 실직했고 지난달엔 커피 등 농산물을 취급하는 상품거래소 두곳이
뉴저지주 저지시로 이주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5000명이 실직할 판이다.

뉴욕시는 이미 지난해 월가증권시장의 침체로 세수가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월가의 납세자들은 뉴욕시전체고용인원의 4%에 불과하지만 전체세수의
14%를 점유해왔기 때문에 타격이 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합병소식은 내년도 뉴욕시의 고용증가율이 잘해야
제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하고 있다.

루돌프 길루니아니뉴욕시장은 미 최대은행의 본부가 이 곳에 있으므로
"세계자본의 중심지로 뉴욕의 위상은 여전할 것"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내심 재정난의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