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가 이민씨가 12일까지 서울종로구인사동 갤러리2020(735-4151)에서
19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꿈" "여름밤"연작및 "불꽃놀이" "역사의 파편" "가장
아름다운것"등 50여점.

수성목판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통해 추상세계의 오묘함을 화면위에 펼쳐온
이씨는 그동안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작가.

판화로 유명한 일본의 다마미술대학원을 나온뒤 일본화단에서 활동,
호평을 받아왔다.

"일본미술인들은 수성목판화인 일본의 우키요에판화가 인상파미술에
큰영향을 끼쳤다고 자랑하지만 사실은 팔만대장경이 수성목판의 원조라는
점에서 사명의식을 느꼈다"고.

수성목판화는 물과 수성안료를 섞어 순전히 수작업으로 마무리하는 점이
특징.

프레스를 사용하는 유성목판작업과는 그 맛이 전혀 다르다.

특히 이씨의 작업은 한장의 목판으로 한점의 작품만을 찍어내는 만큼
회화의 성격이 짙다.

화면속의 밑그림이 되는 수채기법의 드로잉을 하고나서 물의 양과 종이의
건조상태를 지켜보면서 판목을 파들어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고된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이씨가 사용하는 이미지는 한국의 역사나 전통도자기등에서 형태를
빌려온 것들.

한국의 역사를 전통판화기법과 한지를 사용,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아름답게 표현해내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그의 작품은 판화란 기계적 복제라는 약속을
파기시키는 실험적성격이 짙다"며 "매체가 지닌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자연스런 상태를 지향하려는 작가의 의식을 잘 보여주고있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